지난 27일 개봉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연과 가까이 살고 있는 부녀의 작은 마을에 갑작스레 글램핑장 건설을 위한 사람들을 찾아오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독립·예술 영화 박스오피스와 예매율 1위를 동시에 점령하며 심상치 않은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적은 상영관, 쟁쟁한 아카데미 수상작 등 신작 공세에도 개봉 이틀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한 것. 지난해 개봉해 울림을 선사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 작은 영화관들을 중심으로 조용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때를 방불케 한다.
30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2173명을 동원하며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전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아사코’ 등보다 월등하게 빠른 흥행속도라 더욱 뜻깊다.
이 작품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감독이던 이시바시 에이코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영상 제작을 의뢰해달란 부탁에서 출발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 기획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스스로 찾아가야만 했기 때문”이라며 “이시바시 에이코 씨와 관련한 것부터 찾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만들어진 스튜디오가 있는 지역에 대한 리서치를 시작했고, 그 지역에 실제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글램핑 개발 설명회)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지역에 게신 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이야기가 영화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영화화 과정을 털어놨다. 이 영화의 소재가 자연인 이유 역시 자연 속에 늘 살았으며, 자연으로부터 음악의 모티브를 얻었던 이시바시 에이코 음악감독의 발자취를 자연스레 따른 결과다. 숨막히는 자연의 절경과 고요한 아우라로 몰입을 이끌다 끝내 관객들의 충격과 탄성을 이끌며 스크린의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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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곤 미래가 어둡다는 전망인 일본 영화를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젊은 거장인 하마구치 류스케가 든든히 받치고 있어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미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한국관객들과 소통한 바 있다.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 두 작품으로 초청된 뒤 2년 만에 내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의 후반부를 장식하며 엄청난 팬덤 열기를 보여줬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사람들이 눈앞의 이익을 좇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패턴히 굉장히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패턴 때문에 환경 파괴가 일어나고, 인간의 신체를 파괴하고 정신과 마음을 파괴하는 일이 일어난다. 삶의 패턴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그게 나의 문제의식이고 앞으로의 영화 제작에도 이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6분. 3월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