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SLL이 내놓은 콘텐츠가 연이어 히트 반열에 오르고 있다. 마지막회 시청률 26.9%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재벌집 막내아들’을 비롯해 자체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사랑의 이해’, 지난 주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한 ‘대행사’ 등 드라마가 잇달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자마자 비영어 영화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한 ‘정이’, 디즈니플러스에 개봉 직후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지서 바로 10위권에 진입한 ‘카지노’는 글로벌 콘텐츠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처럼 히트 콘텐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SLL의 독특한 스튜디오 시스템이 정착해가고 있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SLL은 몇 년에 걸쳐 산하에 15개의 다양한 제작사들을 인수해 레이블 체제를 구축하며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양산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드라마하우스 스튜디오, 베티앤크리에이터스, 비에이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버드, 스튜디오 슬램, 스튜디오 피닉스, 앤솔로지 스튜디오, 엔피오 엔터테인먼트, wiip,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퍼펙트스톰필름, 프로덕션 에이치, 필름몬스터, 하우픽쳐스, 하이지음스튜디오 등 15개에 달하는 레이블은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 각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탑클래스의 제작사들이 모인 만큼 국내외 TV채널은 물론 OTT까지 넘나들며 히트 콘텐츠 제조 군단이 완성된 셈이다.
JTBC 역시 제작 레이블과 크리에이터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며 예능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 시리즈를 제작한 레이블 ‘시작컴퍼니’를 계열 편입했다. 이미 지난해에는 ‘도시어부’를 제작한 장시원 PD의 레이블 ‘스튜디오 C1’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최삼호 PD와 장윤정 작가가 속한 레이블 ‘스토리웹’을 식구로 맞이한 바 있다. 또한 K팝 예능 전문 스튜디오 ‘스튜디오 잼’(Studio JAMM)을 지난해 3월에 설립, 조승욱 PD를 필두로 김형중, 김희정, 오현숙 PD 등 실력파 크리에이터들과 음악 콘텐츠·IP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음 달에 선보일 ‘팬텀싱어4’가 기대작이다.
이 외에도 ‘엄마는 아이돌’ 민철기 CP, ‘짠내투어’ 손창우 CP, ‘유 퀴즈 온 더 블럭’ 김민석-박근형 PD, ‘1박 2일’ 정동현 PD, ‘자이언트 펭TV’ 이슬예나 PD, ‘환승연애’ 이진주 PD 등 유망 크리에이터들이 JTBC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메가박스의 움직임 역시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메가박스는 지난해부터 ‘탑건: 매버릭’, ‘아바타: 물의 길’ 등 할리우드 대작의 흥행세 속에서 특별관 부각에 성공한 모습이다. 특히 돌비시네마를 찾아 해당 영화를 관람한 관객 사이에서 ‘콘텐츠의 장점을 극대화해 관객에게 전달하는 상영관’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눈에 띄게 이용률이 증가했다. ‘아바타:물의 길’ 이후로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돌비시네마에서 관람하기 위한 관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메가박스는 돌비시네마 외에도 ‘더 부티크’ 등 프리미엄 특별관을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연말 서울 목동 현대백화점 내에 전 관을 부티크관으로 꾸민 극장을 오픈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특별관 추가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메가박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영화 콘텐츠를 상영하는 극장 사업의 개념에서 벗어나 ‘공간사업’으로 업을 재정의하고 변화를 추구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콘텐트리 중앙을 통해 인수한 키즈 실내 놀이시설 ‘플레이타임 그룹’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메가박스 자체 커피 브랜드 ‘스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메가박스 내에서 영화 투자·배급을 담당하던 플러스엠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식적으로 ‘브랜드 분리’를 선언한 이래 기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이라는 사명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로 바꾸고 독립된 비즈니스 주체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범죄도시2’, ‘헌트’의 성공으로 국내 한국영화 투자배급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던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포문을 연 ‘교섭’에 이어 신작 ‘대외비’로 흥행세를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연초부터 중앙그룹의 행보가 눈에 띄는 가운데 이와 연계한 그룹 CEO 홍정도 부회장의 신년사가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홍 부회장은 연초 대외 신년사를 통해 중앙그룹 탄생 60주년이 되는 2025년 ‘마켓리더’의 꿈을 이루자며 각 계열사의 적극적인 변화를 주문한 바 있다. JTBC의 경우 우수 크리에이터의 영입을 통해 탄탄한 인적 자원 확보를 요청했고, SLL은 각각의 레이블이 독자성을 가진 가운데 플랫폼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적시에 공급해 달라고 말했다. 메가박스에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유한 경험을 제공하는 메가박스만의 색깔을 만들고,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공간사업자로 발돋움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중앙그룹은 그동안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를 중요한 미래 성장 엔진으로 보고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해 왔지만 상대적으로 중앙일보와 JTBC라는 미디어 분야에 가려져 있었던 것 같다”며 “연초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는 만큼 올해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서 크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