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노스웨스트더비’가 열릴 예정이었던 3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포드. 하지만 이 경기는 열리지 않았다.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팬들이 경기장 앞에 몰려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팬들의 시위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200여명은 아예 경기장 안까지 진입해 유리를 깨고 중계 카메라를 파손하는 과격 행동까지 서슴치 않았다. 아예 그라운드 안으로 진입해 코너 플래그를 뽑고 홍염을 터뜨리기도 했다.
심지어 팬들은 맨유 선수들이 머물렀던 호텔 앞에 모여 선수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맨유와 리버풀은 경기에 앞서 선발 출전 명단까지 이미 공개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팬들의 시위로 경기가 불가능하게 되자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곧바로 경기를 취소했다.
사무국은 “올드트래포드에 있는 모든 사람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팬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지만 모든 폭력 행위와 범죄, 불법에 대해선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험한 상황에 대처해야 했던 경찰과 안전요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맨체스터 경찰 당국은 이번 축구팬들의 시위를 ‘명백한 폭력 행위’로 규정했다. 경찰 당국자는 “시위 참석자들은 경찰관을 향해 불꽃을 발사하고 병을 던졌다”면서 “경찰관 2명이 부상을 입었고 1명은 병에 얼굴을 심하게 베여 응급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미 조사를 시작했으며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책심자를 기소하기 위해 관련자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맨체스터 경찰 연맹의 스투 베리 회장은 “우리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다”면서 “경찰은 항의하는 사람들을 위한 샌드백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맨유 구단은 “우리는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시위의 권리를 완전히 인정한다”면서도 “팀을 혼란에 빠뜨리고 다른 팬들과 구단 직원, 경찰들을 위험에 빠뜨린 행동에 대해선 유감의 뜻을전한다”고 밝혔다.
맨유 팬들이 이날 과격 시위를 벌인 맨유 구단의 유러피언 슈퍼리그 참가 결정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맨유는 유럽 주요 빅클럽들이 모여 펼치는 슈퍼리그 참가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팬들은 물론 영국 정부까지 반대 의사를 나타내지 이틀 만에 탈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에 실망한 맨유 팬들은 구단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슈퍼리그 출범에 앞장선 구단주 글레이저 가문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이날 시위를 벌였다.
일부 팬들은 맨유의 전신인 뉴턴히스FC가 1878년 입었던 당시 녹색-노란색 셔츠 및 머플러를 걸치고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