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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볼도 무섭지 않아”…피닉스 오픈의 '근거 있는 자신감'

조희찬 기자I 2017.02.07 06:00:00
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에서 열린 2016-17 PGA 투어 WM피닉스 오픈에 구름 관중이 몰렸다.(사진=PGA 투어 제공)
[스코츠데일(美 애리조나주)=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슈퍼볼(미국 미식프로축구 플레이오프 결승전)도 두렵지 않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피닉스 오픈 홍보 책임자 라이언 우드콕은 이같이 말했다.

피닉스 오픈은 1973년부터 4번을 제외하곤 매해 미국 미식프로축구(NFL) 플레이오프 결승전 슈퍼볼이 열리는 주 일요일에 마지막 라운드를 치렀다.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과 40년 넘게 맞붙은 것이다. 불가피하게 슈퍼볼을 피한 1979, 1996, 2002, 2010년 대회도 방송사 중계 문제와 ‘911’ 테러 등으로 일정이 변경됐을 뿐, 주최 측 의사와는 무관했다.

피닉스 오픈은 겉만 봤을 때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올해 대회에는 총상금 670만 달러(약 76억2460만원)가 전부였다. 메이저대회 대회가 통사적으로 1000만 달러(약 113억8000만원)에 가까운 상금을 내세우는 것을 고려하면 ‘A급 대회’로 부르기는 모호하다. 그럼에도 2017 피닉스오픈은 총 65만5434명의 갤러리를 동원하며 자신들이 지난해 세운 PGA 투어 최다 관중 수를 경신했다. 올해도 조던 스피스, 리키 파울러, 필 미컬슨(이상 미국) 등 톱 클래스 선수들이 참가해 대회를 빛냈다. 우드콕은 “우리만의 문화가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주최 측 의사로 슈퍼볼을 피해 대회를 연 적이 없다. 그만큼 우리 대회에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에서 열린 2016-17 PGA 투어 WM피닉스 오픈에서 10대 소년 소녀들이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조희찬 기자)
◇‘우리만의 테마’

올해 10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 투어 정규대회 ‘더CJ컵@나인브릿지’ 준비를 위해 탐방 차 피닉스 오픈을 찾은 CJ 김유상 부장은 “확실히 피닉스 오픈은 자신들만의 색깔이 뚜렷한 것 같다. 실용적이며 배울 점이 많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피닉스 오픈은 메인 후원사인 쓰레기 재활용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이하 WM)사의 색깔을 대회에 입힌다. WM사의 로고 색인 풀색과 노란색을 대회장 구조물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대회장 곳곳에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 비치돼 있다. 또 갤러리 존에는 ‘분리수거 재질 알아맞히기’ 등의 행사 코너를 마련했다. 퀴즈를 맞히면 쓰레기를 재활용해 연필이나 립밥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골프대회가 아닌 ‘축제’로 인식된 피닉스 오픈의 장점을 십분 살린다. 맥주를 마시고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16번홀은 물론, 코스 전체가 음악과 음식으로 채워진다. 대회장에선 골프를 관람하는 갤러리보다 풀밭에 누워 맥주를 손에 들고 떠드는 사람들로 마치 야유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피닉스 오픈에선 40~50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10~20대 어린 갤러리들을 훨씬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0년째 피닉스 오픈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한 알렉스 소토(77) 씨(사진=조희찬 기자)
◇‘세심한 배려’

피닉스 오픈이 ‘저비용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세심한 배려’다. 피닉스 오픈의 자원 봉사자들은 대부분 은퇴한 ‘실버’들이다. 주최 측은 이들에게 ‘1센트’도 지급하지 않지만 자원 봉사자들은 매년 헤어지면서 “내년에 또 봐요”라고 말한다.

대신 주최 측은 이들이 자원봉사를 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임을 나타내는 뱃지를 주고, 또 슈퍼바이저나 매니저로 승진을 시켜준다. 실버들은 은퇴 후에도 사회 구성원으로 일하며 보람을 느낀다. 피닉스 오픈 자원봉사자 슈퍼바이저 알렉스 소토(77) 씨는 “자원봉사자 중에선 애리조나 말고도 미국 동부 지역, 심지어는 캐나다에서 오는 자원 봉사자들도 있다”며 “내년에도 친구들과 함께 대회장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휠체어 석을 목 좋은 18번홀 그린 주변에 배치하는 등, 모두를 배려하는 대회의 분위기가 피닉스 오픈을 PGA 투어 최고 인기 대회로 거듭날 수 있었던 비결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에서 열린 2016-17 PGA 투어 WM피닉스 오픈 18번홀 장애인석(사진=조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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