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호 롯데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이 간혹 자존심을 지나치게 세우려다 어려운 승부를 자초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서 니퍼트의 직구 승부를 예측하고 공략, 성공을 거둔 뒤 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날의 마리오는 달랐다. 이닝별로 공략법을 달리하며 롯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경기 초반은 직구와 커브 위주의 단순한 배합으로 나섰다. 최고 149km의 빠른 공과 110대 후반의 커브는 절묘한 스피드 차이를 보이며 롯데 타자들을 압도했다.
4회 이후론 커브나 슬라이더 보다는 체인지업의 비율을 크게 높였다. 3회까지 단 1개의 불과했던 체인지업을 4회 이후에만 22개나 던지는 변화로 상대의 수 싸움을 원천 봉쇄했다.
직구에 힘이 있는 날이었지만 굳이 힘으로만 승부를 들어가려 하지 않는 유연함이 단연 돋보인 경기였다.
위기가 왔을 때 변화를 주었던 것이 주효한 경기이기도 했다. 마리오의 패턴이 변하기 시작한 4회는 선두 타자 손아섭에게 2루타를 맞으며 어렵게 출발한 이닝이었다. 이때부터 마리오는 이전에는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 비율을 높였고, 절묘하게 들어맞으며 실점 없이 이닝을 넘겨냈다.
마리오의 듬직한 투구는 타선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로도 이어졌다. SK는 0-0이던 5회초 1사 1루서 박재상이 우익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내며 선취점을 뽑았다. 안정된 마운드의 힘이 바탕이 된 점수였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