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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안방극장에 의리가 사라졌다.
방송 중인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새로 방송될 드라마의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새로 방송될 드라마의 홍보를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가 종영되기 전에 되도록 자제하는 것은 그동안 ‘매너’처럼 지켜졌던 사항.
드라마 제작사에서 새 드라마를 홍보하려고 해도 방송사에서는 이를 되도록 자제하고 제작사 또는 홍보담당 회사에도 자신들과 협의 후 시점을 맞춰 홍보를 할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새로 방영될 드라마의 홍보를 서두르면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외주제작 드라마라 하더라도 연출자를 비롯한 제작진은 방송사 소속인 경우가 적지 않아 방송사 홍보담당자들은 이들에 대한 의리 때문에라도 종영 전 후속작의 적극적인 홍보에는 나서지 않았다. 새 드라마의 제작발표회도 전작이 종영하는 날 전에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일종의 ‘전관 예우’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미덕은 사라지고 있다. KBS 2TV ‘남자 이야기’가 종영되기 전 후속작 ‘결혼 못하는 남자’의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며 SBS가 7월8일부터 방송할 ‘태양을 삼켜라’도 전작인 ‘시티홀’이 수목드라마 시청률 경쟁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홍보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MBC 새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전작인 ‘2009 외인구단’이 종영하기 4일 전인 17일 제작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방송사, 드라마 제작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더욱 두드러지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
홍보가 돼야 방송사는 사전에 새로 방송될 드라마에 붙을 광고 판매율을 높일 수 있고 제작사는 제작비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과거 방송사 최고 인기 콘텐츠로 광고 판매율도 높았지만 경기침체와 맞물려 광고 판매율이 떨어지는 등 위상이 예전만 못해졌다.
그러면서 전작에 대한 의리는 사라지고 드라마에서도 매출 신장이 최대 덕목(?)으로 떠오른 분위기다. 특히 전작의 시청률이 부진하면 방송사 자체에서 후속작에 대한 홍보 강도를 높이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드라마의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됐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 드라마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을 뿐”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의리를 따질 수 없지 않겠느냐”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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