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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전자 음악 중심에서 아날로그를 외치다’
전자 음악의 홍수 속 일부 가수들이 ‘통기타’를 들고 컴백하거나 음악적 변신을 알려 눈길을 끈다.
올 가요계는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이 주류를 이뤘다. 상반기 브라운아이드걸스의 ‘L.O.V.E’를 시작으로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 거미의 ‘미안해요’ 그리고 원더걸스 ‘소 핫’과 빅뱅의 ‘하루하루’, ‘붉은 노을’까지 올 한해 가요계는 ‘전자 음악 천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호란 박기영 신승훈 등이 ‘통기타’를 들고 컴백하거나, 댄스 가수 출신인 소이, 박지윤, 클릭비 출신의 하현곤 그리고 조성모가 어쿠스틱 기타 삼매경에 빠져 음악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통기타'로 역주행? 아날로그 음악으로 차별화!
테크노 프로젝트 그룹 클래지콰이 멤버 호란은 올 상반기 그룹 ‘이바디’를 결성, 아날로그 음악이 진정한 내 음악적 고향이라며 ‘음악적 커밍아웃’을 선언한 바 있다. 테크노 그룹의 보컬리스트에서 어느날 갑자기 기타를 들고 나타난 그녀의 음악적 변화가 다소 놀라웠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모습이 바로 호란'이라며 변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도 통기타를 들고 2년 만의 복귀작인 ‘라디오 웨이브’를 어쿠스틱하게 채웠다. 신승훈은 지난 10월 열린 ‘라디오 웨이브’ 발매 쇼케이스에서 심플한 모던록 스타일의 이번 음반에 대해 지난 18년 간 고집해 온 나의 음악적 굴레를 벗고 작은 일탈을 시도한 앨범이라고 소개의 말을 덧붙였다.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음악적 시도를 할 수 있을지,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가늠하게 될 것이라는 게 신승훈의 말이었다.
박기영도 최근 데뷔 10주년을 맞아 ‘어쿠스틱+베스트’ 음반을 내 놓았다. ‘마지막 사랑’, ‘블루 스카이’ 등 과거 자신의 히트곡을 어쿠스틱한 분위기로 재해석해 수록한 앨범이다.
이 같은 가수들의 어쿠스틱 음반 열풍에 대해 김 작가는 '음악적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김 작가는 “최근 가요계는 전자음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몇몇 가수들이 어쿠스틱 음반을 내는 것 같다”며 “오히려 이런 시도가 다른 가수들과의 음악적 차별화를 시도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가수들의 어쿠스틱한 음악적 시도를 바라보는 음악 팬들의 시선도 호의적이다.
한 여대생은 "전자 음악의 홍수 속에서 이와같은 아날로그 음악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고, 한 30대 직장 여성은 "이런 가수들을 통해 음악을 보는 게 아니라 듣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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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더 이상 인형이 아니에요'...통기타로 음악적 자아찾기
앞서 언급한 이들보다 아날로그로의 역주행이 더욱 도드라지는 가수들이 있다. 바로 댄수가수 출신의 소이, 박지윤, 클릭비 하현곤 등이 그들이다.
지난 1999년 여성 5인조 그룹 ‘티티마’로 데뷔한 소이는 최근 그룹 ‘라스베리필드’를 결성하고 홍대 클럽 등에서 조용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룹에서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를 맞고 있는 소이는 최근 ‘그랜드민트페스티벌 2008’ 무대에 서며 자신의 음악적 변신을 팬들에게 알렸다. 또 클릭비 출신 하현곤도 그룹 해체 6년 만에 최근 신곡을 공개, 통기타를 들고 팬들 앞에 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성인식’으로 한 동안 가요계 섹시퀸으로 군림해온 박지윤도 현재 홍대 인디밴드 ‘디어클라우드’ 기타리스트에게서 기타를 배우며 ‘제2의 음악 인생’을 꿈꾸고 있다. 최근 ‘클레오파트라’ 뮤지컬 제작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박지윤은 “요즘 기타에 빠져산다”며 “앞으로 어떤 음반을 내게 될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오는 2009년 새 앨범으로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는 조성모도 최근 통기타 삼매경에 빠졌다. 그는 최근 한 케이블 음악프로그램에서 기타리스트이자 영화음악감독인 이병우를 찾아가 “2년 전부터 기타에 빠져 산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또 조성모는 엠넷 ‘테이크 원’에 출연, 직접 통기타로 코린 베일리 래의 ‘라이크 어 스타’, 마룬 5의 ‘선데이 모닝’ 등을 연주하며 군 제대 후 달라진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달 초 열린 자신의 콘서트에서도 조성모는 직접 통기타를 매고 세 곡을 연주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안겼다.
소이와 박지윤, 조성모 같은 가수들이 ‘통기타’에 빠진 이유는 가수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종의 과도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한창 활동할 당시 이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음악으로 일정 부분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음악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최근 현상은 이런 가수들이 뒤늦게 자신의 음악적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소박하게 통기타를 들고 자신의 음악에 대한 창작욕을 불태우고 있는 이들이 향후 어떻게 자신의 음악을 채색해 나갈 지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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