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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서서히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의 문영남 작가는 김수현, 임성한과 더불어 안방극장의 스타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전작인 KBS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는 시청률 40%를 상회하며 인기리에 종영했고 ‘소문난 칠공주’ 이전 작품인 KBS 일일드라마 ‘장밋빛 인생’ 역시 최진실을 재기에 성공시키며 시청률 40%대로 마무리 했다.
◇ 캐릭터의 성격을 집약한 작명
최근 문영남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들의 특징은 먼저 캐릭터를 잡고 드라마를 전개시킨다는 데 있다. 특히 캐릭터의 작명에 신경을 써 그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조강지처 클럽’의 경우 여주인공의 이름은 한복수(김혜선 분)와 나화신(오현경 분)이다. 둘을 합치면 ‘복수의 화신’이 된다.
한복수와 나화신의 남편 이름은 각각 이기적(오대규 분)과 한원수(안내상 분)다. 기러기 아빠로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손현주가 맡은 배역 이름은 ‘길억’이고 한원수의 아버지로 ‘외도’의 모범(?)을 보이는 나화신의 시아버지 이름은 한심한(한진희 분)이다. 이렇듯 극중 캐릭터 이름만으로 드라마의 틀을 잡는 방식은 전작인 ‘소문난 칠공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황태자(이승기 분), 연하남(박해진 분) 왕선택(안내상 분) 등의 캐릭터 이름 자체가 그 캐릭터를 규정했다.
하지만 캐릭터 작명만이 문영남 작가의 특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문영남 작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극중 인물관계 설정이 극단적이고 화법이 직설적이라는 점과 가족사이의 애증관계를 끈끈하게 묘사하면서도 웃음과 눈물을 버무릴 수 있는 탁월한 작가적 역량에 있다.
◇ 주부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 안겨줘
여기에는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를 주로 시청하는 계층이 주부 시청자라는 전제가 작용한다. 문 작가는 결혼, 불륜, 고부 및 자식과 부모의 갈등, 육아문제 등 주부들이 직면하는 소위 ‘집안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주부 시청자들은 비정상적인 설정이라 욕하면서도 결국 문 작가의 필력에 빠져들고 만다.
문 작가는 주부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억압받고 있는 욕구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차마 꺼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드라마로 구현해낸다. ‘조강치처 클럽’의 기본 뼈대는 남편의 외도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한복수 나화신 안양순이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셋의 관계는 며느리와 딸, 그리고 어머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법하지 않지만 문 작가의 드라마에서는 가능하다. 그것이 문영남 드라마의 파격이며 매력이고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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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는 쪽대본이 없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항상 2주 정도 앞서서 대본을 완성한다. 출연자들은 당연히 작가의 역량을 믿고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대본 연습실에서는 배우 못지 않은 연기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 만큼 자신의 대본 속 캐릭터를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에 배우라면 누구나 문 작가 앞에서 항상 긴장을 하게 된다.
‘소문난 칠공주’는 방영 내내 숱한 논란으로 안티 시청자도 양산했지만 결국 시청률에서는 성공했다. ‘조강지처 클럽’도 10% 초반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어느새 20%를 돌파하며 SBS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논란에 상관없이 제작진과 출연진들의 문 작가에 대한 신뢰가 공고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대극으로 데뷔해 주부드라마로 회귀...선 굵은 대본 기대하는 시청자 많아
문영남 작가는 1992년 MBC창사 30주년 기념으로 공모했던 제1회 MBC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분노의 왕국’으로 데뷔 했다. ‘분노의 왕국’은 일제에 의해 끊겨진 조선 왕조의 위업을 세우고 짓밟힌 민족의 맥을 잇기 위한 마지막 왕손의 처절한 삶을 그린 소설로 MBC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극본에 참여한 문영남 작가는 이를 계기로 드라마 작가로 살게 됐다.
이후 이병헌이 출연했던 KBS '폴리스‘와 따뜻한 가정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던 KBS ’바람은 불어도‘와 ’정 때문에‘를 연이어 집필했다. 당시 문영남 작가와 지금의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는 언뜻 봐도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 문 작가의 초기 작품을 기억하는 시청자들 가운데서는 다시 한번 ‘바람은 불어도’와 ‘정 때문에’ 같은 소소하고 일상적이지만 따뜻한 드라마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분노의 왕국’과 ‘폴리스’에서 보여줬던 선 굵은 대본을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이 지점이 현재 비교되고 있는 김수현, 임성한 작가와 구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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