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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전라남도 곡성군의 합계출산율은 고작 0.54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폐교를 막기 위해 시작된 소멸 위기 속에서 찾은 자구책, ‘곡성 유학 프로그램’은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가 힘을 모아 폐교 위기에 처한 초등학교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개설된 프로그램이다.
폐교 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를 한 학기 이상 다니는 조건으로 서울 유학생을 모집했다. 서울에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원격 수업만 받던 유학생들이 곡성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을 만끽하게 됐다. 학령인구가 늘어나며, 곡성의 기존 재학생들 역시 다니던 초등학교를 잃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굴러들어온 돌 지산이 vs 박힌 돌 은혁이
6년째 오산초등학교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은혁이는 요즘 못마땅한 것투성이다. 서울 유학생들 때문에 새로운 수업을 받게 된 것도 모자라, 겨우 1년밖에 안 된 애들이 전교 회장·부회장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엣가시는 전교 회장을 맡은 지산이다.
서울 양재동 출신 유학생 지산이도 만만치 않다. 처음 유학왔을 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남모르게 속앓이를 했던 지산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친구들과 동생들까지 챙기며 오산초등학교의 일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중이다.
“첫인상부터가 저는 조금 별로였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였냐면요. 뺀질이요, 뺀질이.”
재학생인 6학년 양은혁 군은 김지산 군에 대해 이 같이 평가하기도 했다.
곡성 유학생 지산이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유학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최소 거주 기간이 6개월이기에, 학기마다 서울로 돌아갈지 잔류할지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학 학원, 영어 학원 등 각종 학원을 다니던 서울에서의 생활에서 벗어나 행복하지만, 곡성에 오고 난 후 학업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곧 있으면 중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나이. 곡성에서도 서울만큼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부모님의 압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지는데, 지산이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남아 있을 이유가 뭐냐는 거지. 그 이유가 명확해야 되고. 대도시라고 얘기하는 곳과 시골의 학력 격차가 너무 심해.”-서울 유학생 김지산 아빠
학기마다 돌아오는 선택의 시간은, 은혁이에게도 큰 의미다. 갑자기 찾아와 학교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어 놓고,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르는 유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기 마련.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에서 은혁이는 언제까지 배웅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건지 의문이 남는다.
다큐인사이트 ‘곡성 침공’은 이날(2일) 오후 10시 KBS1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