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정작 진성은 거짓말로 자신을 숨겨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걸렸다. 우연히 방송국 대기실에서 만난 디자이너 강태완(이학주)이 평소와 다른 과한 의상에 어색해하는 그를 보며 “자신한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같다”고 지적하자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들이 받을 상처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래도 이건 아니야”라는 마음을 돌려세운 건 이번에도 ‘비스트로’(Bistro)였다. 보증금을 재촉하는 건물주를 겨우 설득해 딱 일주일의 시간을 얻어낸 그에게 ‘야식남녀’ 출연료 외엔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진은 꿈에 그리던 입봉의 기회를 얻었지만, 스태프를 꾸리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아진보다 후배지만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늘 그녀를 무시한 노재수(박성준)만을 조연출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진은 “넌 정규, 난 계약직. 니 말대로 나 파리 목숨 맞는데, 목숨 하나 달린 건 다 마찬가지”라며, “나 진짜 이 작품 잘 만들거야”라는 진심어린 정공법으로 그의 수락을 받아냈다. 다음은 문제는 의상팀. “야식에 패션을 입히고 싶은” 아진의 열정과 달리 의상팀 실장은 성의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아진은 실장을 해고했고, 그 결과 의상팀 모두의 보이콧이 시작됐다.
막막한 상황을 눈치챈 진성은 아진에게 “많이 힘들죠?”라고 물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힘들다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제가 지금 얼마나 바랬던 일을 하고 있는데요”라는 씩씩한 답이 돌아왔다. 이에 요리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을 떠올린 진성은 대기실에서 만났던 태완을 떠올렸다. 녹화가 진행되야 출연료를 받을 수 있기에 빨리 의상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도 더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진행된 ‘야식남녀’ 파일럿 녹화 당일. 카메라 앞에 서니 초긴장한 진성은 안절부절하지 못했고, 급기야 촬영이 중단됐다. 아진은 진성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 하루 종일 시달리다 새벽 2시에 찾아갔던 ‘비스트로’에서 진성이 “술보단 밥이 필요한 날 같다”며 집밥을 내어주던 그 때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밥심있는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아진의 조언에 진성은 자기 스타일대로 녹화를 이끌었다. 사랑의 상처로 인해 그렇게 좋아했던 곱창을 못 먹게 된 사연자에게 “기억해봐요. 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이라며 곱창리소토를 내어줬고,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게 도왔다.
그런데 이후 곱창을 한 입 먹은 사연자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일순간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고, 진성과 아진, 그리고 태완까지 합심한 ‘야식남녀’가 별 탈 없이 녹화를 마무리하고 정규 편성까지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야식남녀’는 매주 월, 화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