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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32강 조별리그를 통과한 16개팀이 우승을 향해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을 펼친다. 16강전부터는 홈앤드어웨이 토너먼트로 치러지기 때문에 매 경기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총력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16강전 대진의 최대 빅매치는 단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이하 맨유) 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이하 레알)의 대결이다. 두 팀은 오는 14일 새벽 4시45분에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16강 1차전을 벌인다. 2차전은 3월 6일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치러진다.
세계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최고 명문이 벌이는 승부는 실질적인 결승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차지한 우승 회수를 합치면 무려 12번(레알 9번, 맨유 3번)이나 된다.
특히 두 팀의 대결은 ‘호날두 더비’로 더욱 관심을 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레알 마드리드)는 18살 소년이던 2003년 맨유에 입단해 6시즌 동안 활약하며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맨유에 있는 동안 3번의 리그 우승과 한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팀에 선물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2009년 8000만 파운드(약 1378억원)라는 역대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로 팀을 옮겼다. 맨유조차도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호날두의 존재감은 커져 버렸다.
이후 호날두는 레알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번번이 라이벌 바르셀로나에 밀렸던 레알은 호날두의 활약에 힘입어 2011~2012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왔다.
최근 들어 팀 성적 부진과 불화설이 겹치면서 호날두가 친정팀 맨유로 복귀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았다. 이에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호날두를 다시 데려올 형편이 못된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호날두와 맨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퍼거슨 감독은 레알과의 대결이 확정되자 “호날두를 다시 보게 돼 나도, 팬도 크게 기대된다”고 반겼다. 호날두도 인터뷰에서 퍼거슨 감독을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며 존경심을 나타낸 바 있다.
세계적인 명장 주제 무리뉴 레알 감독과 퍼거슨 맨유 감독의 지략 대결도 주목된다. 특히 무리뉴는 퍼거슨의 천적으로 잘 알려져있다.
둘의 악연은 무리뉴가 FC포르투 감독을 맡았던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퍼거슨 감독이 이끌던 맨유는 무리뉴 감독의 FC포르투(포르투갈)에게 1무1패로 져 탈락의 수모를 맛봐야 했다. 포르투는 우승후보 맨유를 꺾은 이변을 발판삼아 그 해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무리뉴 감독은 첼시(잉글랜드)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퍼거슨 감독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시절 첼시는 맨유에 3승2무1패로 월등히 앞섰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이 항상 퍼거슨을 이겼던 것은 아니다.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을 이끌던 2008~09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맨유에 1무1패로 무릎을 꿇었다.
역대 두 감독간의 상대전적은 6승6무2패로 뮤리뉴 감독이 앞서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치른 경기에선 퍼거슨 감독이 승리했다. 두 감독 모두 서로에게 설욕해야 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최근 분위기는 맨유가 레알 보다 앞서있다. 맨유는 최근 리그 14경기에서 12승2무를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굳혔다. 2위 맨체스터 시티에 무려 승점 12점차로 앞서 일찌감치 리그 우승을 예약했다.
반면 레알은 감독과 구단, 선수단 사이에 불화설이 불거지면서 깊은 내홍을 겪고 있다. 팀 성적도 라이벌 바르셀로나는 물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도 뒤져 리그 3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는 리그와는 상황이 다르다. 게다가 레알은 리그 우승이 어렵게 되자 일찌감치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신경써야 하는 맨유보다 오히려 유리한 입장이다.
더구나 레알에는 호날두라는 확실한 해결사가 있다. 호날두가 한번 발동이 걸리면 어느 팀도 막을 수 없다. 동시에 호날두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팀이 바로 맨유다. 두 팀의 승부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