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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마다 찾아오던 납량특집극이 눈에 띄게 줄더니 올해 지상파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전설의 고향’ 시리즈와 2010년 ‘구미호:여우누이뎐’을 선보였던 KBS는 올해 납량특집 계획이 없다. MBC도 2009년 ‘혼’ 이후에는 정통 납량특집을 만들지 않고 있다.
귀신 소재를 차용한 드라마로는 MBC 새 수목미니시리즈 ‘아랑사또전’, 금요시트콤 ‘천 번째 남자’ 정도가 눈에 띈다.
그러나 ‘아랑사또전’이나 ‘천 번째 남자’는 정통 납량특집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다. 공포나 긴장감 위주라기보다는 멜로나 코믹 쪽에 초점을 더욱 맞춘다.
이대영 MBC 드라마 국장은 “귀신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오싹한 공포는 아니다”며 “예전의 납량특집극에서 나름대로 발전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0년 여름 방송됐던 SBS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도 구미호 소재를 차용했지만 공포에 무게를 싣지는 않았다.
구본근 SBS 드라마 센터장은 이 같은 현상을 4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구 센터장은 “생각보다 공포물의 성과가 못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또 영화에서 퀄러티 높은 공포물을 만드는데 TV는 이에 못 따라갔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KBS가 야심차게 부활시킨 ‘전설의 고향’은 시청자의 외면을 받으며 한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했다.
구 센터장은 아울러 “톱스타들은 공포물 출연을 꺼린다”며 “CF 때문만이라도 섭외가 치열해지니 기획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큰 틀에서 보자면 시즌을 타는 특집극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3·1절 특집극, 추석 특집극 등 특별한 시기에 맞춰 방영하던 특집극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 맞춘 변화라는설명이다.
정성효 KBS 드라마 부국장도 “매년 납량특집을 하는 것은 예전의 방식이고 지금은 계절 기획을 하지 않는다”며 “공포물도 기획만 잘 되면 굳이 계절에 맞출 필요가 없다. 좋은 콘텐츠냐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