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야구 선수들은 대부분의 끼니를 야구장에서 해결한다. 점심 때쯤 야구장에 출근해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일로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 2끼 정도, 여기에 간식까지. 특히나 혼자 사는 선수들에게 야구장 식당은 '엄마'와 같은 존재다.
문학구장에서 SK 선수단의 영양을 책임지는 오미애 CJ 프레시웨이 점장을 만났다. 가족들 저녁 메뉴보다 선수들 식사 메뉴 짜기에 더 골머리를 앓고 있단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가족 식사보다는 선수단 식사에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일 수 밖에 없게 된다.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함이 가득하다.
특히 팀이 지난 5년간 정상권에 있었던 터. 밥은 곧 경기력과도 직결되기에 혹시 내 밥으로 탈이 나지 않을까,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남모를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게다가 이만수 감독의 말대로 최근 정근우는 스트레스에 먹기만 하면 체하는 경우도 생기다보니 더욱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오미애 점장에게 물었다. "SK 선수들은 뭘 먹기에 이렇게 잘하나요?"
-하루 몇 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나.
▲1군은 60인분, 2군과 재활군까지 하면 120인분 정도된다.
-꽤 시간이 걸릴듯한데
▲1군만 하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메뉴가 많아서. 12시부터 준비하고 조리 실장 경우에는 출근을 새벽 6시나 7시쯤 한다. 재료가 안좋다 싶으면 반품도 해야하니 재료 검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루, 몇 끼 정도 식사를 준비하나
▲두 끼에 간식이 나간다. 보통 야간 게임에는 12시에 한 번 점심이 나가고 경기 2시간 전인 오후 4시쯤 간단한 식사가 또 나간다. 경기 중에도 선수들이 왔다갔다하면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게 간식을 준비해둔다.
-비시즌과 시즌 때 메뉴가 다른가
▲메뉴 구성이 다르다. 훈련식(비시즌)과 경기식(시즌)으로 나뉜다. 훈련식은 맛이 담백하면서 선수들이 좋아하는 메뉴 위주로, 경기가 있을 때는 소화가 잘되는 음식 위주로 구성하는 편이다.
-시즌 때에는 식사를 준비하기 많이 예민해질 것 같은데
▲시즌 시작하면 신경쓰인다. 이기고 지는게 민감해서. 입맛 맞추기도 어렵고. 공통적으로 육류는 꼭 넣고 매운 음식 많이 준비하려고 한다.
- 보통 한끼에 먹는 반찬의 개수는?
▲매일 나가는 음식들은 육류, 생선, 김치, 해물류, 샐러드, 김밥, 음료수, 과일, 빵류다. 후식 종류까지 합하면 17개 정도다. 핫메뉴(불에 조리한 메뉴)는 6가지 정도다.
-선수들이 하루에 먹는 칼로리양은 일반인과 차이가 많이 나나
▲성인이 2800kcal라고 하는데, 선수들은 3500~4000kcal 정도다. 경기식은 5000kcal에 맞춘다. 경기 시간이 4~5시간이 되다보니 열량 소비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축구선수들보다 필요로하는 열량이 더 많고, 집중력이 필요한 경기다보니 열량 소비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선수단이 가장 좋아하는 베스트 음식이 궁금하다
▲짬뽕이다. 특별 주문도 할 정도다. 매운 음식을 무척 좋아한다. 면 종류도 좋아하는 편이고. 훈련이 많을 때에는 매운 것만 먹으면 몸이 안좋으니까 담백한 메뉴를 섞는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직업이다보니 매운 음식을 더 많이 찾는 것 같다.
-그렇다면 가장 인기없는 메뉴는?
▲생선? 채소류는 잘 먹는다. 생선이 매일 한가지씩 나가는데 인기가 없다. 이만수 감독은 생선을 좋아하신다. 조기 같은 경우 4~5마리 한 번에 드실 때도 있다. 다른 선수들은 생선보단 고기, 육류를 좋아한다.
▲다르다. 젊은 선수들은 튀김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조림, 생선류는 코치님들이 선호하시는 편이다.
-선수가 특별히 주문하는 음식도 있나?
▲최정 선수는 돈가스를 좋아한다. 선수들에게 희망메뉴를 받는데 그때마다 돈가스 해달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1군과 2군의 식사 차이가 있나
▲재활, 2군은 1.5배를 더 먹는다. 1군 경기를 직접 뛰는 건 아니라서 그런지 더 많이 드신다. 반찬은 똑같다.
-간식은 어떤 종류가 나가는지 궁금하다
▲간식은 탄수화물, 에너지원이라 경기 중간 중간 자주 먹는게 좋다고 하더라. 빵류, 특히 초코파이를 의외로 좋아한다. 탄산 같은 음료는 항상 비치하고 있다. 오렌지, 가시오가피 주스 등이 인기다.
-더운 여름에는 음식 준비하기 상당히 민감해질 것 같은데
▲늘 걱정이다. 선수들이 김밥을 좋아하고 매일 나가는 메뉴인데, 위험하지만 안나갈 수도 없다. 거의 즉석으로 싸드리는 식으로 준비한다. 아니면 우엉김밥. 스팸김밥 등 재료를 하나만 넣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만든다.
-여름철 보양식은 따로 준비해주시나
▲보신탕을 해달라는 분들도 계신데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드린다. 아무래도 그런 음식은 민감하니까. 소고기 양지를 넣고 향도 최대한 맞춰서 보양식의 느낌이 나게끔 준비한다.
-SK는 5년간 최정상에 있는 팀이다. 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때 메뉴가 더 좋은가
▲선수들은 음식에 기복있는 걸 싫어한다. 특이한 반찬이 나오면 좋아하겠지만 또 확바뀌면 예민해진다. 신메뉴는 하루에 하나 정도는 바꿔서나가는 편인데 크게 변화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비시즌때는 먹고 싶은 메뉴 다해드린다. 식당이 조금만 예민해져도 선수들은 민감해 할 수 밖에 없다.
-음식에 대한 징크스도 있나
▲한 번은 아침에 아몬드 시리얼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선수가 그걸 먹고 홈런을 쳤다. 그 후 다음날부터 계속 아몬드 시리얼이 나가야했다. 그냥 시리얼 줬더니 아몬드 시리얼 달라고 요청했다. 특별한 메뉴에는 그런 징크스가 붙을 수 있어서 무난하게 준비하려고 한다. 징크스 만들어지면 좋지 않다.
-원정팀 식사도 준비하나
▲KIA선수들은 해주고 다른 원정팀들은 묶는 호텔과 연계해서 식사를 한다. KIA는 튀김류를 따로 넣어주지 말라고 주문하신다. 셩격들이 다들 수더분하다. 고추잡채를 특별히 좋아해서 꼭 넣어드린다.
-선수들의 메뉴 의견은 많이 받나
▲식당 한켠에 의견 노트가 있다. 불만이나 요청 사항이 있으면 적어달라고 했다. 최근에는 김치가 맛이 없다는 평들어와서 품평회를 갖고 가장 입맛에 맞는 브랜드 김치로 바꿨다. 어린 선수들은 랍스타, 꽃등심 이런 메뉴를 적어놓기도 한다. 무시하면 안되지만 어쩔 수 없이 무시한다(웃음). 장난인지 아니까. '저도 안먹어봤어요' 이런 댓글을 달아놓고 웃는다.
-가족들보다 선수들 식사가 더 신경쓰일 것 같은데, 스트레스도 받을 것 같다.
▲일반인들은 한 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선수들은 다르다. 시즌 중에는 예민하니까 힘들긴하다. 내가 좀 잘못해서 경기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한끼를 제공하면서도 미안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먹고 조금이라도 알레르기성 반응, 탈나면 안되니까. 다행히 오이, 고등어 등 알레르기 있는 선수가 전혀 없다. 그 부분은 편하게 일하고 있다.
-선수들의 한끼 식사를 가격으로 매겨보자면 얼마나 될까
▲ 실제 선수단에게 제공되는 단가는 아니지만 시중가로 따져보면 2만5000원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