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챔피언팀의 겨울도 바빠야 한다

백호 기자I 2009.12.15 10:52:26
▲ 사진=KIA 타이거즈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KIA의 겨울은 조용하고 한가롭다. 트레이드를 통해서든, FA 제도를 통해서든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는 하나도 없다.

기존 선수들과의 재계약 속도도 느린 편이다. FA 장성호와는 서로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어느 구단이나 다 하는 ‘훈련’ 외에는 별다른 전력 강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KIA만 그런 것은 아니다. 대체로 한국 프로야구 우승팀들은 겨울을 조용히 보낸다. 기존 전력 자체가 최강이니, 그 힘을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 하다.

2000년대 초반 FA 시장에서 선수를 싹쓸이하던 삼성은 2005~2006년 우승 이후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했다. 2007~2008년 우승을 한 SK 역시 FA 이진영을 잃으면서도 별다른 외부 수혈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야구 챔피언과 달리 세계 야구 챔피언, 다시 말해 메이저리그 챔피언들은 그렇게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느 팀보다도 전력 강화에 열을 올린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오프시즌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이루어진 첫 트레이드는 11월 10일(이하 한국시간)에 있었던 뉴욕 양키스와 디트로이트간의 거래였다.

양키스는 중견수 커티스 그랜더슨을 받고 마이너리거 2명을 내주었다. 외야수 조니 데이먼과 마쓰이 히데키가 모두 FA가 되기 때문에, 디트로이트에서 발 빠르고 수비 좋은 그랜더슨을 영입한 것이다.

그런데 이 거래는 매우 빠른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양키스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다. 월드시리즈 최종전인 6차전이 11월 5일에 열렸다. 그러니까 브라이언 캐시맨 양키스 단장은 우승을 확정한지 불과 5일 만에 다음 시즌을 위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는 말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거래를 위한 협상은 이미 월드시리즈가 끝나기 이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캐시맨 단장은 월드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10월 27일)에 데이브 돔브로스키 디트로이트 단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부터 협상이 시작되었고, 결국 월드시리즈가 끝난 직후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양키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다툰 필라델피아도 내셔널리그 챔피언이라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14일 ‘필라델피아가 토론토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를 영입하는 3각 트레이드에 거의 합의했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필라델피아는 올해 에이스 노릇을 하며 월드시리즈에서 2승을 거둔 좌완 클리프 리를 과감히 포기하고, 더 확실한 에이스인 할러데이를 맞아들이기 위해 대형 거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승팀이 가장 강한 팀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이가 인정하듯이, 우승을 할 때는 많은 행운도 따라준다. 비교적 부상 선수가 적고, 깜짝 스타가 등장하고, 좋은 신인이 나타나고 하는 일 말이다.

그런 행운이 해마다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면, 우승 팀이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KIA는 김상현의 MVP 등극이라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축복을 받았다. 외국인 투수 2명이 27승을 합작해 준 것도 여간해서 꿈꾸기 어려운 행운이다. 유동훈의 0점대 평균자책점도 마찬가지다.

이런 좋은 일들이 내년에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물론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KIA가 올해 최강이었다고 해서 내년에도 최강의 자리를 예약해 둔 것은 아니다. KIA도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부지런한 전략 강화 움직임이 필요한 팀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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