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대한항공과 삼성생명은 2000년대의 한국 여자탁구를 좌우한 양대 산맥이었다. 그러나 2007년 말 중국 출신 귀화선수 당예서(28), 석하정(24)이 가세한 이후 대한항공은 '무적(無敵)의 팀'이 됐다. "대한항공의 29일 한국마사회컵 수퍼리그 2연패로 지난 10년간 양팀의 균형이 무너진 것 같다"고 일부 전문가는 말한다. 중국 출신 '당·정(당예서·석하정) 합작'을 깨지 않으면 대한항공을 넘어서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당예서는 지난 29일 끝난 수퍼리그 단식에서 7전 전승을 거두는 등 월등한 경기력으로 팀의 2회 연속우승을 이끌었다. 석하정도 4승1패로 강세였다. 결승전에선 이들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 석하정은 삼성생명과의 결승 1차전 최종전에서 조하라와 풀세트 접전을 듀스 끝에 승리로 이끌었고, 당예서는 결승 2차전 분수령인 문현정과의 경기를 역시 풀세트 듀스에서 이겼다. 한국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중국과 만나면 듀스 접전을 벌이다 지는 모습이 국내 무대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김기택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중국 출신인 두 선수의 강세에 대해 "탄탄한 기본기가 결국 말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어릴 적부터 '이기기 위한 기술'을 배우지만, 시간이 가면서 기본기가 강한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당예서와 석하정도 2001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그저 그런 훈련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탄탄한 중국식 기본기에 기술까지 붙으면서 지금은 한국 선수들이 상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했다.
당예서와 석하정은 훈련에서도 한국 선수들 뺨칠 정도로 열심이다. 당예서는 소속팀에서조차 "좀 쉬어가며 하라"고 말려야 할 정도로 지독한 '연습 벌레'다. 석하정도 한때 '덜렁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에러가 많았지만, 최근엔 범실이 줄어들면서 장점인 파워 탁구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이다.
최영일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은 "수퍼리그를 통해 중국 탁구는 마지막 한 포인트가 강하다는 점을 다시 실감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도 (역전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엔 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