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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정상 되찾은 '당구교황'..."상대 아닌 나 자신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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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5.10.07 14:41:36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당구 교황’이라 불리는 프로당구 PBA의 ‘베테랑’ 에디 레펀스(56·벨기에·SK렌터카)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당구 테이블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그 순간 만큼은 나이를 잊게 만들 만큼 감격적인 우승이었다.

에디 레펀스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PBA
우승이 확정된 뒤 눈물을 흘리는 에디 레펀스. 사진=PBA
레펀스는 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6시즌 5차투어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한가위’ PBA 결승전서 조재호(NH농협카드)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누르고 거두고 ‘한가위 투어’ 정상에 섰다.

PBA 원년 시즌부터 활약한 레펀스는 지난 2021~22시즌 3차전(휴온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3년 10개월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우승상금 1억원을 품에 안으면서 시즌 상금 1억1400만원으로 상금랭킹 1위에 오른 동시에 누적 상금 3억원도 돌파했다.

1969년생으로 5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레펀스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결승전 초반 세트스코어 0-2로 밀리고 3세트에서도 0-9로 끌려가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레펀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유독 더 기뻐하고 격렬하게 환호했던 이유에 대해 “상대보다 스스로를 이겨낸 승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두 세트는 좋지 않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며 본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비록 최고의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만족할 만한 승부였다”고 말했다.

첫 우승 이후 4년 만에 다시 이룬 우승이다. 레펀스는 “긴 공백 동안 패배에서 많은 걸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경기 마무리 능력을 키우기 위해 영국의 당구 선수 전문 멘털 코치와 함께 훈련했다”며 “이후 긴장된 상황에서도 세트를 끝내는 힘이 생겼고, 이번 대회에서도 어려운 상대들을 상대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승전 초반에 부진했던 이유에 대해선 루틴이 깨졌던 점을 꼽았다. 그는 “평소 낮잠을 자지 않는데 준결승 뒤 1시간 정도 자면서 리듬이 흐트러졌다”며 “앞으로는 낮잠을 절대 자지 않겠다”고 웃었다.

우승을 확정한 뒤 테이블 위로 올라가는 세리머니는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레펀스는 “2021-22시즌 첫 세리머니 이후 팬들이 기대하게 됐다”며 “마지막 샷을 성공했을 때 자기 자신을 이겨냈다는 감정을 그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레펀스는 방송 인터뷰 중 잠시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고국 벨기에에 머물고 있는 아내가 떠올라서였다. 그는 “이번에는 아내가 함께하지 못했지만 늘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해 눈물이 났다”며 “아내는 내가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고의 조력자”라고 밝혔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레펀스는 체력이나 멘탈적으로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젊은 시절보다 집중력은 더 나아졌다고 자신한다.

레펀스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로는 꾸준한 운동을 꼽았다. 그는 “주 3~4회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러닝도 한다”며 “몸이 건강해야 집중력과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과 어울리며 활력을 얻는다”면서 “모든 경기를 결승이라 생각하고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덧붙였다.

레펀스는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당구 교황’이라는 재밌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외모가 마치 지난 4월 선종한 프란치스코 1세 교황과 닮았다는 이유다.

이 별명에 대해 묻자 레펀스는 한참을 웃으며 재밌어했다. 그는 “나도 그 별명에 대해 알고 있다.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TV 화면상 비슷하게 보이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지난 시즌 SK렌터카의 팀리그 우승을 이끌며 MVP를 차지한데 이어 이번 시즌 개인투어 우승까지 이룬 레펀스는 “지금의 내 선수 인생의 최고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레펀스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선수가 대회에 나선다면 항상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이 자리에 서기까지 피지컬과 멘털 모두 엄청난 노력을 했다. 앞으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에디 레펀스가 우승을 확정지은 뒤 당구대 위로 올라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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