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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퇴출 위기에 몰리며 마음고생을 겪었던 켈리가 완벽한 피칭으로 ‘잠실 예수’의 부활을 알렸다.
켈리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삼성라이온즈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9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최근 물오른 삼성 타선을 단 1안타로 묶는 완벽투를 펼쳤다. 삼진은 3개를 잡았고 볼넷도 역시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8회까지 퍼펙트게임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 타자 24명을 상대하면서 단 한 명도 1루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9회초삼성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하면서 퍼펙트 행진이 깨지는 순간 켈리는 얼굴을 감싸 쥐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곧바로 김경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선발 켈리를 격려했다.
이후 켈리는 무사 1루 상황에서 다음 타자 강민호를 병살 처리했다. 이어 대타 김헌곤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무사사구 1피안타 완봉승을 완성했다. KBO리그 역사상 무사사구에 27타자 완봉승은 역대 5번째였다. 2000년 5월 손민한(롯데) 이후 24년 만이다.
이날 완봉승은 올 시즌 힘든 시즌을 이겨내고 일궈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었다. 켈리는 LG 구단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다. 2019년 처음 LG 유니폼을 입은 뒤 2023년까지 통산 68승(38패)을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3.08에 불과했다.
이 기간동안 켈리는 144경기에 선발 등판해 875⅔이닝을 투구했고 1만3539개 공을 던졌다. 같은 시기에 켈리보다 더 많은 투구를 했던 선수는 없었다. 심지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더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뉴욕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876⅓이닝), 단 한 명뿐이었다.
켈리는 꾸준한 활약 덕분에 LG 팬들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됐다. 긴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덕분에 ‘잠실 예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켈리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이날 완봉승까지 포함해 4승7패 평균자책점 4.66에 그쳤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이 계속 이어졌다. 한 경기 7, 8실점을 내주는 경기도 나왔다.
그 전과 올 시즌의 가장 큰 차이는 구속이었다. 2019년 LG에 온 이후 켈리의 빠른공 평균 구속은 항상 146km를 웃돌았다. 불같은 강속구는 아니지만 낙차 큰 커브와 결합하면서 강력한 무기가 됐다.
올 시즌은 빠른공 평균 구속이 142km대까지 떨어졌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그동안 많이 던졌던 후유증이 나타나는 듯 했다. 상대 타자들은 켈리의 빠른공을 집중공략했다. 빠른공과 구속 차이로 효과를 봤던 커브도 상대적으로 위력이 반감했다.
부진이 이어지자 한동안 퇴출설에 돌기도 했다. 구단이 켈리를 대체할 외국인 투수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켈리는 보란 듯이 살아났다. 이날 경기를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했다.
기록상으로도 켈리는 살아나고 있다. 켈리는 5월까지 평균자책점이 5.60이었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6월 평균자책점은 2.91로 크게 낮아졌다. 6월 5차례 등판에서 벌써 2승을 챙겼다. 올 시즌 힘겨운 상위권 싸움을 벌이는 LG 입장에서 켈리의 부활은 너무 반갑다. 단순히 1승을 넘어 팀 사기를 끌어올릴 발판이 된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우리나라 최초의 퍼펙트 경기를 할 수 있었는데 (윤정빈에 안타를 맞은) 체인지업 하나가 굉장히 아쉽다“면서도 ”오랜만에 켈리다운 피칭을 해줬다. 이번을 계기로 켈리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켈리는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언제나 팬들이 뜨거운 응원을 보내줘 감사하다”며 “잠실에서 야구하는 동안 LG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또한 “투수들이 이런 기회를 흔하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굉장히 특별한 등판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오늘 등판을 통해 ‘내가 몇 년 전에 이렇게 강한 공을 자신 있게 던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느낌을 살려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