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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불륜에 범죄 스릴러 입히니 숨멎…‘영드의 세계’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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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기자I 2020.05.08 08:15:33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리메이크 드라마로 큰 성과를 거두자 원작인 ’영드’(영국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동안 국내에서 리메이크 드라마는 ‘일드’(일본드라마), ‘미드’(미국드라마) 원작이 주류를 이뤘으나 ‘부부의 세계’를 계기로 대상이 더 확대됐다.

(왼쪽부터)영국 BBC 드라마 ‘닥터 포스터’와 JTBC 금토극 ‘부부의 세계’. (사진=왓챠 플레이, JTBC)
◇‘부부의 세계’ 인기, 英 원작까지 역주행

‘부부의 세계’는 번듯한 직업과 단란한 가족 등 완벽한 생활을 누리던 한 여자가 남편의 불륜과 주변 사람들의 암묵적인 동조를 알게 된 뒤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무너지며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는 내용을 그렸다. 2015년과 2017년 시즌1, 2로 영국 BBC에서 방영됐던 인기 드라마 ‘닥터 포스터’가 원작이다.

해외 드라마 리메이크는 사실 국내에서 흔히 활용돼 왔다. 리메이크가 원작의 인기로 스토리가 검증된 데다 고정 팬층도 있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아시아권으로 우리나라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이나 다양한 소재, 스케일 큰 액션과 볼거리로 한국 팬들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 작업이 활발히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영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는 업계에서 국내 시청자들에게 좀처럼 인기를 얻기 어려운 재료로 인식됐다. 미국보다 더 낯선 문화, 살인과 불륜 등의 파격적인 소재와 스토리에 대한 거침없는 묘사와 전개가 국내 시청자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의 인기를 넘어선 ‘부부의 세계’는 국내 드라마 시장의 고무적인 성취로 여겨진다. ‘부부의 세계’가 높은 시청률과 함께 매회 예측 불가능한 반전, 충격을 선사하면서 결말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원작 ‘닥터 포스터’의 인기도 역주행 중이다. 왓챠 플레이에서는 지난달 10일 ‘부부의 세계’ 무삭제판과 함께 ‘닥터 포스터’를 동시 공개했다. JTBC는 ‘부부의 세계’ 종영 후 ‘닥터 포스터’를 편성해놨다. 유튜브 등 SNS에서는 ‘부부의 세계’와 ‘닥터 포스터’를 교차해 리뷰하는 영상들이 인기를 얻을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드 리메이크 증가는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발달로 동·서양 간 문화적 경계가 점점 옅어지고 다양한 작품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개방성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화려한 블록버스터와 액션, 히어로 같은 주인공이 주가 되는 ‘미드’와 달리 감정선과 심리 변화, 추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영드’ 작품이 대중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져 리메이크 시도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은 여타 ‘영드’ 리메이크 작품들과 차별화된 ‘부부의 세계’의 성공 비결로 섬세한 연출과 대본, 인물 각색을 통한 현지화, ‘불륜’이란 일상적인 소재의 변주, 넘쳐나는 비슷한 콘텐츠들에 지루함을 느낀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변화 등도 꼽는다.

◇캐릭터성 강화·각색 현지화 ‘신의 한 수’

영국 드라마 리메이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뇌파 형사와 육감파 형사의 타임슬립 복고 수사극인 OCN ‘라이프 온 마스’(2018), 사이코패스와 연쇄살인마의 공조 수사극 MBC ‘나쁜 형사’(2018)의 원작이 BBC 드라마였다.

하지만 영국 드라마 리메이크가 매번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OCN ‘미스트리스’(2018)는 BBC 원작 속 불륜과 살인 등 파격적인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19금 편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1%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동서양 간 문화적 경계가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캐릭터 각색과 변주, 디테일한 현지화를 거치지 않으면 외면 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부부의 세계’ 역시 ‘닥터 포스터’와 전반적인 이야기의 줄기는 같다. 다만 더 풍성해진 인물들의 캐릭터와 에피소드, 인물 간 관계가 빚어내는 각종 변수들을 포착해 살려낸 점이 원작과 다른 매력으로 다가갔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거기에 연출자 모완일 PD의 섬세한 연출과 원작의 대사를 세련되게 각색한 주현 작가의 의기투합이 시너지를 냈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원작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고 복잡한 감정선을 드러내지 않던 불륜녀 케이트가 한국판에서는 여다경(한소희 분)으로 변신해 지선우(김희애 분)와 갈등에 큰 획을 긋는 인물로 활약 중이다. 지선우와 이태오(박해준 분) 모두에게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박인규(이학주 분)도 원작에서는 역할 비중이 작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에선 여주인공의 남편으로 인한 심리 변화와 갈등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면 ‘부부의 세계’는 인물들의 다양한 매력, 캐릭터를 중시하는 국내 드라마 사정에 맞게 적절한 변주를 거친 게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추리력을 자극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불륜’이란 일상적 소재를 ‘영드’만의 스릴러적 매력으로 살리되 현지화를 거친 점, 이를 잘 만든 연출과 대본이 시너지를 줬다”며 “‘청춘 로맨스’ 위주의 플롯에 지겨움을 느낀 시청자들의 패턴 변화도 한 몫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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