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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진입하면 붙박이…'닐로 먹은 음원차트'

김은구 기자I 2018.05.01 06:29:59

닐로 마케팅 논란에도 상위권 유지

닐로(사진=리메즈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바이럴마케팅 논란으로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가수 닐로가 ‘지나오다’로 여전히 차트 고공비행을 지속하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방송 등 활동 없이도 차트에서 장기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게 음원 사이트의 차트의 왜곡을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는 지적과 함께 운영 방식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나오다’는 지난 29일 방송한 SBS ‘인기가요’에서 2위에 올랐다. ‘지나오다’는 1위 후보 3곡 중 총점 9752점을 획득한 트와이스 ‘왓 이스 러브?’에 밀렸지만 총점 5323점을 얻어 3위를 기록한 모모랜드 ‘뿜뿜’(총점 4753점)에는 앞섰다.

‘인기가요’ 차트는 온라인 음원 55%, 음반 5%, SNS 35%, 시청자 사전투표 5%, 온에어 10%로 산정된다. 온라인 음원 이용량이 순위 산정에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집계 기간은 전전주 월요일부터 전주 월요일까지다. ‘지나오다’는 온라인 음원에서 5318점를 받아 트와이스(5031점)보다 높았다. 닐로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는 닐로의 차트 상위권 비결로 오로지 ‘마케팅’만을 꼽았다.

◇ ‘지나오다’ 음원 차트 성적이 ‘인기가요’ 순위에도 반영

‘지나오다’는 음원 사이트 멜론의 4월16일부터 22일까지 주간차트에서 1위, 지니 4월 셋째주 주간차트 2위 등의 성적을 기록하며 트와이스에 앞섰다. 멜론과 지니는 국내 1, 2위 음원 사업자다. ‘지나오다’는 30일 오전에도 멜론 실시간 차트 2위, 지니 4위 등으로 상위권을 지속하고 있다. 음원 점수에서 의문을 제기할 여지는 없다. 다만 해당 순위가 대중의 보편적 정서가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차트 순위는 한차례 상위권에만 진입하면 플레이리스트에 등록돼 음악의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지속 가능하다는 게 현재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음원 사이트 이용자들이 최신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듣기 위해 직접 선곡을 하기보다는 ‘톱100’ 듣기 등의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한 음원 사이트 측은 “AI(인공지능) 등을 통한 큐레이션 기능의 발달 등으로 과거보다 비중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톱100’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6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톱100’ 중에서도 상위권에 포진한다면 짧은 시간이라도 해당 상품을 이용한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늘어난다. 수차례 국으로 우려먹을 수 있는 사골처럼 차트 상위권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차트 밖으로 밀려나려면 인기 가수들이 한꺼번에 컴백을 하면서 신곡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 차트 진입만 하면 ‘우려먹기’…공정경쟁 불가능

가수 매니저 및 제작자들이 소속된 (사)한국매니지먼트연합(회장 신주학·이하 한매연)의 이남경 팀장은 “바이럴 마케팅은 정당한 마케팅의 한 방식으로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며 “마케팅을 통해 어떻게든 만들어낸 이슈가 차트 순위로 이어지고 그 순위가 바뀌지 않는다. 결국 마케팅이 모든 걸 지배하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남경 팀장은 “대중은 차트 순위를 음악의 순위로 받아들인다. 차트 순위는 방송 출연, 광고모델 발탁 등 수익활동의 기회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공정한 경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닐로 ‘지나오다’는 이번 ‘인기가요’에서 시청자 사전투표 5점을 각각 얻었고 나머지 부문에서는 모두 0점이었다. ‘지나오다’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와 관계없이 플레이 리스트에 많이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인기가요’ 2위가 된 것이다. 음악 프로그램 순위에서 음악이 평가의 가장 큰 기준이 돼야 한다는 점은 맞지만 단순히 그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선호도 등도 감안이 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데일리 음원사재기 실태 보도로 개선된 아이핀으로 본인인증을 받아 이용권을 구입하는 방식이 철폐 등 규칙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실시간 차트 폐지가 가장 확실한 대안이겠지만 인터넷상 실시간 정보가 중요한 요즘 세상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음악을 듣는 것뿐 아니라 ‘좋아요’ 등의 평점이 함께 차트에 반영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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