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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구멍난 도루 저지' 원인과 해법

정철우 기자I 2014.04.04 09:27:55
KIA 포수 차일목(왼쪽)이 경기를 승리로 마친 뒤 마무리 어센시오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KIA가 뻥 뚫린 도루 저지율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부터 어떻게든 이 부분을 보완해 보기 위해 모두가 애를 썼다. 하지만 젊은 피의 성장은 여전히 더뎠다. 단순히 도루 저지율 좀 높여보자고 김상훈 차일목 등 배터리들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포기할 순 없었다. 올 시즌 마운드가 여전히 불안감 속에 놓여 있기에 더욱 그랬다.

예상대로 KIA는 도루 저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에게 11개의 도루를 내주는 동안 잡은 것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도루를 허용한다고 반드시 실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투.포수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김상훈과 차일목이 아직 안타를 치지 못한 것에는 이런 마음의 짐도 분명 적잖은 역할을 했다. <표 참조>

자료제공=베이스볼S볼
도루 저지는 단순히 포수의 영역만이 아니다. 투수가 폼을 뺏기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슬라이드 스탭을 통해 적어도 1.3초 안에는 공을 던져줘야 한다. 그런 호흡이 잘 맞아 떨어질 때 상대도 함부로 뛰지 못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포수가 줄여야 할 시간이 있다. 그 마의 시간은 1.9초대. 공을 잡은 뒤 2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이다.

1.9초에서 2.0초 안쪽으로 끊어주면 나름 수준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0초를 넘어가게 되면 그 0.1~0.2초 사이에 주자의 발이나 손이 2루 베이스를 먼저 찍게 된다. 30cm를 먼저 찍느냐 도달하느냐의 큰 차이가 생기는 시간이다.

SBS스포츠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인 베이스볼S의 첨단 장비인 ‘호크 아이’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9개구단 주전 포수 중 가장 좋은 저지율(.381)을 기록한 강민호와 KIA 김상훈, 차일목의 송구 기록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강민호가 대부분 1.9초대에서 2루 송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올 시즌 김상훈과 차일목은 모두 2초를 훌쩍 넘겼다.

공을 잡은 뒤 미트에서 공을 빼는 시간부터 차이가 있었다. 강민호는 0.6초대가 대부분이었지만 김상훈과 차일목은 0.7~0.8초 대를 형성했다. 이미 던지기 전 부터 승부가 갈리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KIA 선수들의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간 단축을 위해 팔 스윙 방법을 바꾸는 등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벽을 넘지 못하다 보니 부담이 더 큰 무게로 짓누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송구 시간 0.1초를 당기는 것은 100m 달리기의 기록 단축 못지 않게 어려운 일이다.

해법은 없을까. ‘포수란 무엇인가’의 저자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기술적인 다른 방법들도 있겠지만 일단 상대가 도루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순간엔 공을 던지기 좋은 쪽으로 사인을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극단적으로 피치드 아웃을 통해 주자를 잡아내는 것도 이후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상훈과 차일목은 경험이 많은 포수다. 상대가 언제 뛰기 좋을 순간이라는 것에 대한 파악은 많은 부분 이뤄져 있다. 다만, 팀 성적이 좋지 못하고 투수력이 떨어지다 보니 과감한 선택을 하기엔 부담이 그만큼 크게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잡아 던지기 편한 곳으로 리드하다 안타를 맞거나 투수의 흐름을 뺏기지는 않을지, 피치드 아웃으로 공연히 볼 카운트만 나빠지지 않을지 등에 대한 걱정이 그들의 플레이에서 묻어난다.

하지만 김 위원의 조언을 한 번 다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 하지 않던 방식을 과감하게 쓰면, 혹 실패하더라도 상대에게 주는 부담감은 분명 달라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과감한 도전으로 실패를 하는 것이 오히려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 상대 도루 저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알지만 언제든 과감하게 공을 뺄 수 있다는 의식만 심어줘도 적잖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발야구는 효용성 논란을 떠나,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하는 공격 방식 중 하나다. KIA가 이 험난한 승부를 이겨낼 수 있을까.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과감함이 살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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