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농구선수권' 한국-대만전, 한국 농구의 명운 달렸다

박종민 기자I 2013.08.11 12:08:49
▲ 환호하고 있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모습 / 사진= 마닐라(필리핀) 사진 공동취재단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운명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10일(이하 한국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4강전에서 필리핀에 79-86으로 패배, 2014 세계선수권대회 진출 티켓을 놓고 대만(11일 오후 6시 SBS ESPN 생중계)과 최종 승부를 벌이게 됐다.

한국은 대만과의 3-4위전에서 승리할 경우 1998년 그리스 대회 이후 무려 16년 만에 세계무대에 서게 된다. 한국은 지난 1970년 유고슬라비아 대회를 시작으로 1998년 그리스 대회까지 통산 6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유재학 감독은 20년 가까이 침체됐던 한국 농구를 부활시킬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유재학 호는 이번 대회에서 ‘난적’ 이란과 필리핀에 패하긴 했지만 ‘최강’ 중국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말레이시아 등에 승리하며 선전해왔다.

높이가 약점인 유재학 호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면 압박수비와 ‘신구조화’를 통한 조직력에 있었다. 수비에 대한 철학이 남다른 유 감독은 대회 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압박수비를 강조했다.

신구조화도 돋보인다. 특히 필리핀 전에서 김민구, 이승준 등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22세의 대학생 김민구는 이날 경기에서 3점슛 5개를 포함해 27득점을 올렸다. 특히 3, 4쿼터 김민구의 신들린 3점슛이 없었다면 한국은 20점차 이상 대패했을 가능성이 컸다.

이승준은 4쿼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속공을 덩크로 마무리하며 74-73 한국의 역전을 이끌었다. 한때 쉬운 찬스의 골밑 득점기회를 놓치기도 했지만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줬다는 평가다. 한국은 대회 전반에 걸쳐 베테랑들과 대학생 선수들이 번갈아 활약하며 좋은 팀워크를 발휘했다.

대만전을 앞둔 유재학 호는 결의에 차있다. 빠르고 외곽슛이 좋은 대만은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 활약 중인 ‘귀화선수’ 퀸시 데이비스와 쩐원딩은 2m가 넘는 장신이어서 한국의 골밑을 위협할 전망이다. 대만에 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경기에 나서게 되는 점도 우려를 산다.

유 감독은 필리핀과의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만의 스타일에 맞춰 수비하겠다고 했지만, 내년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진출티켓이 달린 대만전은 사실상 정신력 싸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 농구 인기의 부활을 위해서 대만전 승리는 필수다.

국내 농구의 인기는 세계대회성적과 큰 상관관계를 갖는다. 한국 농구가 ‘드림팀’ 미국 등과 함께 세계무대에 선 1998년은 국내 프로농구리그(KBL)가 출범한지 1년째가 되는 해이기도 했다.

농구대잔치 시절 기아자동차,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 실업 및 대학팀에서 활약했던 최고의 스타들이 프로리그에 건재했고 외국인 용병의 가세로 볼거리가 많아져 당시만 해도 농구의 인기는 높았다.

비록 세계무대는 아니지만 한국은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농구 인기의 명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후 축구와 야구 대표팀의 선전은 상대적으로 농구가 침체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쏘아 올렸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야구 대표팀도 제1회 WBC 4강(2006년)과 제2회 WBC 준우승(2009년)의 호성적으로 국내 야구의 인기를 드높였다. 류현진 등 ‘슈퍼스타’들이 해외 진출을 하지 않았던 지난해 국내프로야구(KBO)는 사상 최초로 관중 700만 시대를 열었다.

한국 대표팀이 대만전에서 승리하고 세계무대 진출권을 따낸다면 국내 농구의 인기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재학 호가 필승을 다짐한 대만전에 한국 농구의 명운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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