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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려원, `차도녀`의 껍질을 깨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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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기자I 2012.03.21 10:53:40
▲ 정려원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제가 (백)여치한테 가장 세게 물렸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배우에게는 어느 작품의 캐릭터든 소중한 법이다. 그러나 더 아프고 덜 아픈 손가락은 있을 수 있다. 정려원은 백여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제가 오히려 세게 물렸어요."

그럴 만도 했다.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첫 등장부터 백여치는 남달랐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여치를 본 유방(이범수 분)은 백여치의 고고한 자태에 넋을 잃었다. 그러나 정작 여치는 그 순간 전화기를 통해 속사포 욕을 퍼붓고 있었다. 백여치와 욕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지난 19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정려원을 만났다. 환한 미소가 욕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대사는 둘째 치고 욕 외우느라 힘들었어요." 백여치는 굳이 욕을 외우기까지 해야했던 캐릭터였다. "이렇게 앞뒤가 안 읽히는 애는 처음이었죠."

덕분에 배우로서 정려원은 한 차례 더 성장했다. 촬영에 앞서 욕을 열심히 연습했지만 정작 촬영장에서의 민망함은 다른 문제였다. 정려원은 "민망하거나 어색하더라도 부딪히자고 생각했다"며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저의 결점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 민망했지만 그래도 그만큼 성장한 것 같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실 상상이 차지하는 부분이 컸던 거죠. `삐~` 하는 소리로 덮어주니 제 욕이 더 감칠맛 났던 거 같아요. 예쁘게 봐주신 분들은 상상에 큰 점수를 주신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욕은 `시베리아 십장생 십자 드라이버 신발 샛길`이요.(웃음)"

정려원을 괴롭힌(?) 건 욕만이 아니다. 거지 같은 몰골을 드러내는가 하면 자장면을 뒤집어 쓰는 굴욕까지 당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으로 임신한 모습도 드러냈다. 웃음을 위해 한 몸을 다 바쳤다.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언제 자장면 뒤집어 써보고 상사한테 무례하게 삿대질해보겠어요. 만삭 장면을 찍을 때도 제가 더 나서서 분장을 조율했어요. 골격이 작은 편이라 8개월 모형을 쓰면 어색할 것 같아 5~6개월짜리를 찾아냈죠. 재미있는 경험한 거죠."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정려원은 한 달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촬영에 나섰다. 백여치는 본인 스스로도 "가장 싫어하는 이미지"의 캐릭터였다. "싫어하는 캐릭터지만 내가 해내면 성취감이 있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도 "한 달은 인터넷 안 볼 생각하고 임했다."

"오히려 좋아해주셔서 놀랐어요. `왜 좋대?` 주변에 그렇게 물어볼 정도였다니까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정말 다른 세계에서 뛰쳐나온 듯한 신선함에 열광하신 거 같아요."

정려원은 `샐러리맨 초한지`로 지난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처음으로 시청률 20%의 벽을 넘었다. 그러나 달뜨지 않았다. "인기에 연연하면 내 일을 즐겁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저는 제 갈 길 잘 가고 있어요. 보시는 분들이 좋아해주시면 보너스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획도 그래요. 비슷한 캐릭터를 해봐야겠다거나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야겠다는 계획은 없어요. `얘한테 세를 좀 내줄까`하는 캐릭터가 생기면 또 열심히 해보는 거죠."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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