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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김광현이 결국 포스트시즌서 웃음을 찾지 못했다. 2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등판 했지만 3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3실점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2011 포스트시즌의 4번째 등판이었지만 단 한번도 5회를 넘겨보지 못했다.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경기였다. 1회, 몇차례 애매한 공 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광현의 투구가 이전의 모습을 찾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김광현이 이번 가을, 그 답지 않게 부진한데는 몇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시즌 내내 밸런스 붕괴와 부상 치료 탓에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던 그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점은 어쩔 수 없는 대목이었다. 100%의 몸상태로 포스트시즌을 맞지 못했다는 건 그에게나 팀에게나 힘겨운 대목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의 부진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김광현은 1차전 선발 투수였다. SK는 김광현이 팀의 에이스인 만큼 정면 대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KIA와 준 플레이오프 1차전서 나름 선전(4.2이닝 1실점)했던 터라 기대가 컸다.
그러나 1회가 끝나기도 전, 쉽게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김광현은 선두타자 김주찬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손아섭에게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3번 전준우는 3루 땅볼로 막았다. 계속된 1사 2루. 타석엔 이대호가 들어섰다.
SK 벤치는 이 순간, 고의 사구를 지시한다. 놓칠 수 없는 포스트시즌 1차전. 상대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피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당시 마운드엔 SK 에이스 김광현이 서 있었다. 포스트시즌 시리즈 1차전 1회 에이스와 4번 타자의 대결에서 고의 사구를 지시하는 것은 결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시리즈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첫 만남이기 때문이다.
김광현이 제 구위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다만, 김광현의 구위 문제였다면 굳이 1차전부터 쓸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정면으로 붙겠다는 출사표와 함께 말이다.
김광현은 지난해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내가 강심장 투수는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최고의 기량을 지녔지만 그가 여전히 '성장형 투수'라 평가받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과 함께한다.
한 팀의 에이스는 군대를 이끄는 장수와 같다. 홀로 말을 이끌고 적진을 누비며 상대를 꺾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장수도 늘 최고의 상태일 순 없다. 이기고 지는 것은 전쟁에선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극을 보면 주군인 장수가 위기에 몰릴 때 병사들이 목숨을 내놓고 그를 구해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투에서 한번 지는 건 복수가 가능하지만 장수가 죽으면 그 기회마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에이스 없이 우승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김광현의 부진은 SK의 우승 꿈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에이스의 힘이 떨어졌을 때, 그를 위한 방패를 좀 더 단단히 해주었다면, 그래서 그를 좀 더 아껴줄 수 있었다면...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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