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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블랙라이머 "나는 여자 로커다"

김은구 기자I 2011.10.13 10:55:53
▲ 블랙라이머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전 여자라고요.”

신예 로커 블랙라이머의 한탄이다. 중성적 외모, 보이시한 목소리에 나이, 성별, 출신지까지 공개되지 않은 채 데뷔해 일부에서 남자로 오해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포털사이트에는 블랙라이머의 성별을 당당히(?) `남성`으로 등재해 놨다.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학력이 잘못 기재돼 연예인들이 `학력위조 논란`에 시달린 것을 감안하면 블랙라이머는 `성별위조 논란`을 불러일으킬 지경이다.

하지만 블랙라이머가 최근 발표한 데뷔곡 `껌`을 들으면 그가 여자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노래가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의 증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단물이 빠져 뱉어진 껌처럼 버림받고 비참함을 느낀 여자가 복수를 다짐하는 노래가 `껌`이다. 블랙라이머는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역대를 오가며 때로는 허스키하게, 때로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며 이 노래를 소화했다.

여기에 김경호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김기홍의 화려한 연주와 지난달 피처링 모습 동영상으로 화제가 된 소울하모니 원킬의 초고음 애드리브가 더해져 소찬휘, 서문탁, 마야를 이을 만한 차세대 여성 로커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MBC `우리들의 일밤`의 인기 코너 `나는 가수다`에서 윤도현은 록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낯설게 받아들여진다며 자신이 록버전으로 편곡해 부르는 노래에 청중평가단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윤도현에 이어 자우림 김윤아, 김경호까지 출연하며 록이라는 장르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만들었다.

블랙라이머가 기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이 같은 환경의 변화다. 특히 블랙라이머는 “록은 내지른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은 것 같다. 경제가 어려울 때 록이 유행하는 경향이 있어 요즘 시기에 잘 맞는 장르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데뷔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블랙라이머는 이미 5년 넘게 언더그라운드에서 공연 활동하며 `록에 맞는 보컬을 타고 났다`는 극찬까지 받은 실력파다. 어려서부터 가수를 꿈꿨지만 아버지의 만류로 꿈에 대한 도전을 미뤄놨다가 필리핀으로 유학을 다녀온 뒤 24세에 언더그라운드에 뛰어들었다.

“그 때만 해도 앨범 발매는 막연한 꿈이었어요. 그런데 데뷔 음반이 나오니까 담담하네요. 20대 초반이었다면 달랐겠지만 지금은 어떤 일이든 좀 더 심사숙고하게 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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