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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부진, 울 일만은 아니네

박은별 기자I 2011.06.24 09:19:30
▲ 모상기-조영훈(이상 삼성)-박희수(SK)-노경은(두산). 왼쪽부터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거금을 주고 야심차게 데려온 용병들의 활약은 팀 성적과 직결되곤 한다. 올해 역시 각 구단은 `용병농사`에 울고 웃고 있다. LG와 KIA는 웃고 있는 반면, 두산, 삼성, SK는 울상이다.

투자금이 아깝긴 하지만 그리 걱정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용병들의 부진은 새 얼굴을 발굴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이는 향후 구단의 밝은 미래와도 연결된다. 구단과 지도자들이 대안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면 말이다.

먼저 삼성. `나믿가믿`의 주인공 가코는 클리블랜드 추신수와 한솥밥을 먹은 타자다. 그만큼 큰 기대를 모으고 국내 무대에 데뷔했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타율 2할4푼3리에 홈런 1개, 장타율은 3할 2리에 그친다. 결국 성적 부진을 이유로 2군으로 내려갔고, 여기에 부상까지 당하며 퇴출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가코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두 선수가 있다. 조영훈과 모상기가 그 주인공이다.

조영훈은 6월 들어 연일 불방망이를 뽐내며 팀 상승세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6월에만 5홈런 12타점을 몰아치며 타율 3할3푼8리를 기록 중이다. 23일 대구 한화전에서는 2회와 4회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05년 데뷔 후 처음 터트린 연타석 홈런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모상기 역시 외국인 선수같은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다. 쳤다하면 장타다. 17일 광주 KIA전에서 5년 만에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고, 22일 한화전에서 기록한 안타 2개도 모두 2루타였다. 23일에도 홈런을 추가하며 삼성의 새로운 거포로 거듭나고 있다.

23일까지 21타수 6안타, 3홈런을 기록 중. 특히 6안타는 모두 홈런 3개와 2루타 3개다. 어느 용병 못지 않은 뛰어난 장타력이다. 가코가 있었다면? 삼성은 여전히 이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시험해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SK에서는 매그레인이 부진한 사이 박희수라는 좌완이 깜짝 등장했다.

매그레인은 국내 무대 데뷔 후 14경기에 나서 2승5패 평균자책점 5.07을 기록 중이다. 믿음을 심어주기에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다.

그가 일찍 마운드를 내려가게 되면 박희수가 그 빈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지금까지 6경기 11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77, 1승을 기록하고 있다. 좌완왕국 SK의 새 좌완투수다.

특히 지난 17과 19일 LG전에서 활약이 돋보였다. 17일 경기에서는 1-4로 뒤진 7회말 등판해 2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팀이 막판 역전하면서 데뷔 6년만에 첫 승을 챙겼다. 19일에도 9회말 등판해 1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매그레인의 부진이 박희수라는 진주를 발굴한 셈이다.

두산 역시 페르난도가 부진하며 노경은이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입단 9년만에 재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

오히려 두산으로서는 페르난도의 부진이 국내 투수 발굴의 시급함을 깨우쳐 준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 중심엔 노경은이 있었다.

노경은은 21일 사직 롯데전에서 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구원승을 올렸다. 시즌 2승째. 평균자책점은 4.32. 최근 불펜이 어려울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와 제몫을 다해줬다. 두산 마운드 사정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김광수 감독대행은 최근 노경은의 활약에 "자신감이 더욱 커진 것 같다. 불펜에서 보면 공도 정말 좋다"라고 했고, 조계현 투수 코치도 "우리 팀에서 가장 볼이 좋은 투수"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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