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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미네소타와 디트로이트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챔피언 자리를 놓고 6일(이하 한국시간) 단판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두 팀이 정규시즌 성적에서 동률을 이뤘기 때문이다.
미네소타는 지난해에도 같은 상황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단판 승부를 벌였었다. 지난해에 고배를 마셨던 미네소타가 올해는 어떤 결과를 얻을지 궁금하다.
단 한 경기의 승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이냐 탈락이냐가 갈라진다는 것. 승부를 치러야 하는 팀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일이지만,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 흥미로운 일도 없다.
3승 3패 상태에서 한국시리즈 7차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6일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은 경기가 열리는 메트로돔으로 쏠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는 승부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열릴 수 없게 되어 있다. 정규시즌 성적에서 동률을 기록할 수는 있지만, 순위까지 같아질 수는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동률을 기록한 팀끼리 순위를 가르는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승자승 원칙이다. 두 팀이 정규시즌 최종 성적이 같을 경우, 승자승 원칙에 따라 순위를 가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제도를 올시즌 메이저리그에 적용할 경우, 단판 플레이오프 없이 미네소타가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미네소타가 디트로이트에 올시즌 11승 7패로 우세했기 때문이다.
만일 미네소타가 그렇게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면, 야구는 매우 시시하면서 허무해진다. 우선 멋진 단판 플레이오프 승부가 사라지니 시시하다. 그리고 정규시즌 162경기에서 같은 성적을 낸 호적수들의 운명이 그라운드 위에서가 아닌 계산기 위에서 갈라지니 무척 허무하다.
올해 우리 프로야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뻔했다. 시즌 마지막까지 KIA와 SK가 1위 다툼을, 롯데와 삼성이 4위 다툼을 벌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쫓기는 쪽인 KIA와 롯데가 각각 SK와 삼성에 시즌 상대 성적이 앞서 있었다.
SK와 삼성은 앞선 팀을 더 쫓아가기 어렵게 된 셈이다. 만일 SK나 삼성이 끝내 KIA나 롯데를 따라잡아 같은 성적을 내고도 승자승 원칙 때문에 2위나 5위로 밀렸다면, 그 시시함과 허무함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올해까지 3년째 연속으로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엔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미네소타를 이겼고, 2007년엔 콜로라도가 샌디에이고를 꺾고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를 차지했다.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이 두 경기는 모두 대단한 명승부였다. 단판 플레이오프 경기들이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기면서, 자연스레 포스트시즌 열기를 북돋웠다.
우리도 이런 즐거움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KBO와 8개 구단은 포스트시즌이 인기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준플레이오프나 플레이오프 경기수를 늘리지 못해 안달이다.
그렇다면 단판 플레이오프를 피할 이유도 없다. 정규시즌 동률을 기록한 팀이 야구장에서 순위를 가리게 하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정의로운 일이다.
물론 5~8위 팀에게는 단판 플레이오프가 필요할 리 없다. 이들에게는 승자승 원칙을 적용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리고 현해 포스트시즌 제도 하에서는 3~4위도 굳이 힘들여 순위를 가릴 필요가 없다. 똑같이 준플레이오프에 출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위, 2~3위, 4~5위가 승자승 원칙 따위로 정해져서는 안 된다. 한국 프로야구는 올 시즌 후 기형적인 현행 승률제를 손질할 것이 틀림없다. 그 때에 승자승 원칙 폐지도 전향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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