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②]황금알을 낳고 싶다면 '스타' 보다 '가치'에 투자하라

윤경철 기자I 2008.09.29 12:01:19
▲ 특별한 스타 없이도 시청률 대박행진을 기록한 삼화네트웍스의 드라마들. SBS '조강지처클럽'과 KBS2TV '엄마가 뿔났다'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엔터 관련 코스닥 기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요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황금알을 낳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됐던 것과 달리 수익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올 상반기 흑자를 기록한 엔터테인먼트업체는 26개 업체 가운데 영업이익 기준으로 단 2개 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연예인을 기반으로 한 업체가 아닌 드라마를 주로 제작하는 팬엔터테인먼트와 삼화네트워스였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가 13개 업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4년 연속 적자기업도 10개 업체였다. 여기엔 이름만 들으면 아는 섹시가수나 한류스타들을 소속으로 두고 있는 업체가 다수 포함돼 있다.

실적이 이렇다보니 주가도 널뛰기 장세가 계속되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주식이 어떻게 될지 노심초사하기 일쑤다.

이는 비단 코스닥 시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투자한 사람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구조적으로 돈을 벌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인기스타들의 몸값이 너무 오른 데다 스타들과의 수익배분율도 8:2 또는 9:1이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는 세금까지 대신 내주는 11:0 계약도 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볼멘 소리를 한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없는 산업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좀 더 세밀한 투자가 필수다. 사람들은 엔터산업을 스타 산업이라고 착각을 한다. 언뜻보면 스타 산업이 맞다. 하지만 스타만이 능사가 아니다. 엔터산업에 달려드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타가 있으면 일확천금을 벌 것처럼 생각한다. 스타가 소속된 주식이 황금주라고 생각하고 스타가 벌어들이는 천문학적 금액이 매출로 이어지면서 탄탄한 구조를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스타를 기반으로 한 기업도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기업이다. 기업은 이윤을 내는 이익 단체이고 그 이익 단체의 최대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타가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익히 아는 이야기다. 기업에 스타가 있으면 많은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많은 돈을 가져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간과한 채 스타가 돈을 벌면 그 돈이 모두 기업에 재투자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사실은 연예산업이 감성산업이라는 데 있다. 연예산업은 매출이 정확하게 드러나는 소비재 산업이 아니다. 이 말은 위험요소를 적절히 조절하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산업이라는 뜻도 된다. 다시 말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투자를 해야된다는 이야기다. 배용준이나 비가 올해 수백억원을 벌었다고 해서 내년에 또 수백억원을 벌 수는 없다. 경제상황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어느 정도 기복이 있고 그 기복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언론에 속지 말고 스타보다 가치에 투자하라

연예계에서 불문률중 하나는 스타마케팅에 속지 말라는 이야기다.

언론은 매번 수십억원을 번 한류스타 예찬론을 펼친다. 사람들은 이를 믿고 투자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스타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큰 돈을 벌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언론이 지나치게 스타를 과대평가했다는 지적도 한다. 한편 맞는 이야기지만 언론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당시의 스타 가치만을 말할 뿐이다. 연예인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고 투자하고 그것에 책임지는 것은 철저하게 투자자의 몫이다.

반면 스타 메이킹에 투자한 사람은 성공의 가능성을 엿봤다. 이런 현상은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기가 있는 제품은 두 가지 양면성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인기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때부터 인기가 내려갈 가능성도 크다.

스타 산업 역시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산업이다. 산업에서 큰 돈을 벌려면 신제품이 빅히트를 쳐야 한다. 연예산업도 마찬가지다. 돈을 벌려면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야 한다. 좋은 신인을 발굴하고 그 신인을 계속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기업, 그것이야 말로 투자의 대상이다.

돌려 말하면 지금 어떤 스타를 데리고 있는 기업이 아닌 꾸준히 스타를 키워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만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연예계 투자를 원하는가? 그럼 연예계에 대해 잘 모르고 수치로만 이야기하는 어설픈 평가서를 보지 말고 투자하려고 하는 기업이 최근 몇년간 어떤 신인을 키워냈는지에 주목하라./OBS경인TV '윤피디의 더 인터뷰' '주철환 김미화의 문화전쟁'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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