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 감독은 지난 1일 "이제 세팅이 다 끝났다"고 선언했다. 시즌 초반 역전패가 많았지만 투수 전준호를 마무리로 확정하며 마운드 운영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는 뜻이었다.
히어로즈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역전패는 거듭됐고 결국 선발 황두성이 마무리를 자청하고 나서야 했다. 여기에 불펜 강화를 목적으로 진필중까지 영입했다.
그러나 과연 히어로즈의 역전패가 불펜의 탓으로만 돌릴 일인지에 대해선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야구는 투수만의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반에 약한 히어로즈
히어로즈가 경기 막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7회 이후 동점인 경우 1승2패, 앞서고 있을때도 14승6패의 성적을 거뒀을 뿐이다.
히어로즈가 지금까지 9회에만 내준 실점은 모두 31점. 다른 팀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 가장 적은 한화(8점)와 비교하면 거의 4배가 넘는 수치다.
SK나 삼성처럼 불펜이 강한 팀은 아직 7회 이후 앞선 경기를 내준 적이 없다. SK는 21승 무패,삼성은 13승 무패다.
▲발상의 전환
경기 후반 뒤집히는 경기가 많았다는 것은 물론 불펜의 탓이 크다. 그러나 반대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격력 부분에서도 헛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점수를 낼 수 있을때 한점씩만 더 더해놓았어도 후반 승부에서 어느정도는 여유를 찾을 수 있다. 반드시 특급 불펜을 구성하지 않아도 어려운대로 이기는 경기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3-2로 앞서던 경기가 9회에 3-4로 뒤집혀 졌다고 가정해보자. 혹 그 경기 중 9회 이전 공격에서 2점을 더 따 놓았다면 5-4로 이길 수도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히어로즈는 5점 이상을 뽑은 경기서 11승4패로 삼성의 12승6패보다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다. 팽팽한 투수전 양상에선 약할 수 있지만 방망이 대결로 전개될 경우 만만치 않은 팀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히어로즈 타선의 헛점
히어로즈는 13일 현재 팀 타율 2할6푼3리로 리그 평균 2할6푼1리를 조금 웃돌며 롯데와 함께 공동 3위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득점은 156점으로 6위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가 7할1푼1리로 6위에 처져 있는 것이 우선 눈에 띄는 문제다. 하지만 단 1리차이인 삼성에 비해 득점이 14점이나 적은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타는 삼성보다 22개나 더 때렸다.
이광환 감독은 최근 자주 브룸바의 주루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아킬레스건이 좋지 않은 탓에 누상에 나간 이후의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단 브룸바 만의 문제는 아니다.
히어로즈는 팀 도루 1위 SK의 4분의 1인 14개의 도루로 꼴찌에 랭크돼 있는 거북이 팀이다. 또한 많은 안타를 효율적인 득점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전체적인 공격의 짜임새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번트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히어로즈는 18개의 희생번트로 8개팀 중 이 부문 4위다. 번트의 효용성을 따지기에 앞서 막힌 공격력을 뚫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눈에 띄는 기록은 또 있다. 히어로즈는 4점차 이상 리드하고 있을 때 팀 타율이 2할1리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3점차 이내로 앞서거나 뒤질 경우 모두 2할대 후반으로 집중력을 보였지만 많은 점수차가 나면 그러질 못했다.
팀 컬러가 비슷한 두산이나 롯데가 각각 2할8푼8리와 2할5푼4리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4,5점도 쉽게 뒤집히는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 여기에 불펜이 부실한 팀 사정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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