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경기당 한골도 넣지 못하는 빈약한 골결정력이 베어벡호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 22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07 아시안컵 8강전서 120분 혈투를 벌이고도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여 승리를 거뒀다.
경기후 대표팀의 이천수는 "오늘 경기는 과정보다는 결과로 인정받고 싶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사실 이천수의 말대로 이날 이란전은 내용을 떠나 결과만으로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이란은 한국을 아시안컵 8강 무대에서 번번이 좌절시켰던 '천적'이었다. 카리미, 하셰미안, 네쿠남 등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전력을지닌 부담스러운 상대였기에 승리의 기쁨은 더 컸다.
하지만 승리 뒤에도 여전히 베어벡호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지난 조별리그 3차례를 펼치며 끊임없이 지적됐던 '골결정력 부족'의 일면이 어김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베어벡호가 이번 대회 준결승전까지 진출하며 4경기에서 기록한 득점은 단 3점에 불과하다. 당연히 4강 진출팀 중 꼴찌다. 사우디와 일본은 4경기를 치르며 나란히 9골을 기록, 경기당 2골을 웃돌고 있다. '복병' 이라크도 6골을 기록중이다. 경기당 1골도 제대로 넣지 못하고 있는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확실한 공격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골잡이라는 이동국과 조재진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골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카하라 나오히로(4골, 일본) 유니스 마흐무드(3골 이라크) 등 확실한 주득점원이 있는 다른 4강팀과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다. 그렇다고 6명의 선수들이 골고루 득점을 터뜨리고 있는 사우디처럼 득점 분포가 다양한 것도 아니다. 이번 아시안컵서 골맛을 본 한국 선수는 최성국 김정우 김두현 3명이 전부다.
베어벡 감독은 팀의 빈약한 골결정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란과의 8강전이 끝난 뒤 베어벡 감독은 한 이란 기자에게 "이란의 두터운 수비 상대로 눈에 뜨는 찬스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베어벡 감독은 "그런 부분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다음 준결승전을 상대보다 하루 휴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맞이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공격수들도 "서두를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조재진은 "일부에서는 공격수들이 골이 없다고 걱정하는데 부담은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는다"며 "중요할 때 한골을 넣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한 일이다. 특정 스트라이커에 대한 비판 보다는 팀의 공격 전술이나 시스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사안이다.
만약 오는 25일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서 예기치 않은 선제골이라도 허용한다면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동점골을 곧 넣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팀 전체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이 조별예선을 통과했을 때 일부 외국 언론들은 '행운'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이란과의 8강전을 통해 '운도 실력의 일부'임을 증명했지만 '우승'을 논하기에는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존재하는 베어벡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