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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정대현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정대현이 못 던진 결과는 아니다. 1사 1루서 나온 장영석의 3루 내야 안타와 김민성의 좌전 안타 모두 빗맞은 타구였지만 수비 호흡이 나빴다. 끝내기 상황이 된 유한준의 2루 앞 내야 안타도 제대로 맞은 타구가 아니었다.
때문에 이제 3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정대현을 두고 '구위가 저하됐다'거나 '불안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정대현이 이전까지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그 중심엔 삼진이 있다.
정대현은 지난해 매우 놀라운 삼진,볼넷 비율을 보여줬다. 9이닝 당 볼넷 허용률은 1.40에 불과했다. 반대로 삼진률은 크게 높았다. 9이닝 당 삼진이 무려 9.4개였다.
올해는 다르다. 볼넷은 9이닝 당 4.7개로 늘었지만 삼진은 6.4개로 줄었다.
김성근 SK 감독은 "정대현은 여전히 가장 믿음직한 투수다. 다만 올시즌 들어 공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공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다보니 상대에게 최소한 커트를 당하는 타구가 늘어나고, 이는 곧 타석당 투구수가 높아지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타자의 방망이를 피해 던지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탓이다. 한 타자를 상대로 많은 공을 던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볼넷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
삼진 수가 줄었다는 것은 마무리 투수로서 생각해 볼 대목이다.
9일 경기에서 처럼 박빙 승부의 마지막을 장식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는 수비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가 적지 않다. 수비수들 역시 정신적, 체력적 부담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치 않는 실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 역시 9회다.
마무리 투수의 삼진 능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야수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해내는 아웃 카운트가 늘어날 수록 신뢰도가 높아진다. 정대현이 최고 마무리 투수로 대우받을 수 있는 것도 역시 삼진 잡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정대현에게 아직 위기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그의 삼진 비율은 지금 보다 높아져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야만 위기로 가는 다리를 미리 끊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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