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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다. 네가 있어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잘 나갈 수 있게 됐다. 네 힘이 정말 컸다."
희생이 무엇인지 보여준 팀의 맏형 이종범도, 에이스에서 마무리라는 가시밭길을 택했던 윤석민도 아니었다. 최 코치가 고마움을 전했던 선수는 외야수 채종범이었다.
당시 채종범은 병상에 있었다. 시범경기서 왼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을 당해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상황. 아예 시즌 출장이 불가능할 만큼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렇다면 최 코치는 왜 KIA의 상승세 속에서 채종범을 떠올렸던 것일까.
최 코치는 "채종범이 2008시즌을 힘겹게 마친 뒤 정말 열심히 2009년을 준비했다. 거의 쉬는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였다. 팀 훈련 강도가 무척 세 졌는데 군말 없이 할 일을 다 했다. 채종범의 성실함은 먼저 외야수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나중엔 팀 전체 분위기를 바꿨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범현 KIA 감독은 2008시즌 내내 같은 고민을 이야기했었다. "팀내 경쟁 구도가 자리잡지 못한 탓에 선수들의 자발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채종범은 그런 KIA의 보이지 않는 힘이었다. SK서 트레이드된 뒤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맘 고생이 심했던 그다. 2009년을 반전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더 땀을 흘렸던 이유다.
최 코치는 "채종범이 이를 악물고 덤벼드니 점차 다른 선수들의 눈빛도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비록 함께하진 못했지만 그 효과는 시즌 동안 팀에 큰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채종범 효과는 이제 또 한번 힘을 발휘돼야 할 때가 됐다. 부상을 털어낸 뒤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투.포수조와 함께 괌 전지훈련을 마친 채종범은 28일 미야자키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주전 경쟁의 돌입을 의미한다.
우승보다 더 어려운 것이 연패(連霸)라고들 말한다. 우승의 기쁨은 만족을 부른다. 더 오를 곳이 없다는 안도감이 나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채종범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중요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종범은 기존의 이종범 김원섭 이용규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다. 채종범이 가세하면 KIA 캠프는 자연스럽게 경쟁 모드로 접어들 수 있다.
경쟁은 선수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줄 순 있지만 조직이 활력을 얻는데는 가장 효과적인 요소다. 12년만의 우승으로 자칫 여유의 틈을 보일 수 있는 KIA에서 채종범의 가세는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기폭제라 할 수 있다.
돌아온 채종범이 '종범'이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모습을 되찾으며 팀 분위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28일부터 시작될 KIA 종합 캠프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