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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왜 월드컵 경기장에서 안하고 여기서 하지”
지난 21일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2007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17세 이하)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수원 종합운동장을 찾은 한 관중이 옆 사람에 던진 물음이었다. 이곳에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빅버드(수원 월드컵 경기장)가 있는데 이에 비해 시설이 초라한 종합운동장에서 명색이 FIFA 주관 대회가 개최되는 이유가 의아스러웠던 것이다.
빅버드는 2002년 한일월드컵이 개최된 최신식 축구 전용 경기장으로 수원 삼성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다. 그로서는 이런 좋은 시설을 활용하지 않고 육상 트랙이 깔려 있는 구식 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을 법하다.
수원뿐만이 아니다. 24일 한국과 토고의 조별리그 최종전도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이 아닌 울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 4강전까지 활용되는 월드컵 경기장은 제주 서귀포구장뿐이다.
한국에서 열린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새로 세워진 첨단 월드컵 경기장에서 대회가 열리지 않는 까닭은 뭘까? FIFA의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그들이 주관하는 세계 대회지만 17세 이하 청소년들이 출전하는 대회는 성인 대표팀이 나서는 월드컵과는 관심도나 흥행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당초 한국은 이번 대회를 유치할 당시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모든 경기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연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대회 준비를 점검하기 위해 FIFA 실사단이 방한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2002년 당시 월드컵 경기가 열렸던 10개 구장을 돌아본 이들은 한국조직위원회에 “이 곳에 관중을 다 채울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이 보다 규모가 작은 경기장을 보고 싶다고 했다. 월드컵 경기장은 FIFA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최소 4만석 이상 규모로 지어졌다. 하지만 17세 이하 월드컵은 2만에서 2만5000석 규모가 적당하다는 게 FIFA의 판단이었다.
결국 우여곡절을 거쳐 개최 도시로 확정된 곳은 서울과 수원, 울산 서귀포 창원 고양 천안 광양 등의 8개 경기장이었다. 한국 조직위원회도 현실적으로 월드컵 경기장에서 대회를 치를 경우 관중을 채우기 힘들다고 보고 FIFA와 뜻을 같이했다.
잭 워너 FIFA 대회 집행위원장이 최고로 꼽은 곳은 광양경기장이었다. K리그 전남이 홈 구장으로 쓰고 있는 이곳은 최대 2만명 수용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이다. 그리고 개최국 수도가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을 갖는 게 좋다는 FIFA의 권유에 따라 3,4위전과 결승이 상암벌에서 열리게 됐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월드컵이 끝난 뒤 3만여석 규모로 줄여 놓은 상태다.
경기 장소 결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세계대회라 하더라도 연령대와 대회 성격 등을 감안, 철저하게 현실에 맞춰 준비해야 된다는 점이다. FIFA라고 모든 대회를 가장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은 곳에서 개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관심도와 비중, 흥행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 수준에 맞게끔 치러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축구는 물론 각종 국제대회를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실제 20세 이하 세계청소년 월드컵도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이 가장 많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의 관심은 유별난 편이다. 연령대와 관계없이 국가대표 경기에 주목하는 한국적인 모습이다.
지난 1999년 스페인 팔마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황당하게 느낀 일이 새삼 떠오른다. 당시만 해도 각 언론사에서 취재진을 파견할 정도로 유니버시아드에 대한 관심이 높던 때였다.
하지만 한국이 축구 예선을 치른 구장은 관중석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마치 동네 축구장 같은 경기장이었다. 경기 중 공이 철조망을 넘어가기 일쑤였고, 공은 바로 도로로 떨어져 주워 오기도 힘들었다. 현지 언론에서 유니버시아드를 다루는 비중도 높지 않았다. 금메달 레이스를 따지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순수하게 ‘대학생들의 축제’ 수준으로 대회를 열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국제 대회라고 모두 월드컵, 올림픽과 같은 거창한 규모로 열리고 막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청소년 월드컵 관련 소식도 외신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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