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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나 경질은 일방의 결정으로 계약이 종료된다는 성격이 강하다. 계약해지는 계약 쌍방의 의사 합치가 있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계약해지’라는 표현은 ‘물타기’이다.
언제부터인가 계약 해지라는 표현이 스포츠판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계약 대상자가 동등하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어휘의 선택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과거 통용되던 ‘경질’이라는 의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NC다이노스는 20일 강인권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표현 방식의 문제이지 사실상 ‘경질’이다. NC는 정규리그 8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19일 창원 홈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경기에서 패하면서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됐다. 강 감독 경질의 가장 큰 이유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강 감독은 20일 창원 홈에서 열리는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출근했다가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강 감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정식 감독이 됐다. 2022시즌 5월 이동욱 감독의 중도 퇴진으로 인해 대행을 맡아 지휘봉을 잡았고,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잘 추슬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계약 기간은 2025시즌까지였다. 1년을 좀 더 남기고 해고된 셈이다.
지난 시즌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던 NC는 올 시즌에도 상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대대로 시즌 초에는 선두권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의 부진과 손아섭, 박건우 등 주축 타자들의 부상이탈로 성적이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대체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의 기량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연패가 반복되기 일쑤였고, 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그러나 강 감독의 경질 시점에는 의문이 남는다. ‘8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시즌을 마친 후 감독을 바꿔도 충분하다. NC 구단은 ‘분위기 쇄신’이라는 상투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듯하다. “감독 경질이 분위기 쇄신에 가장 효과적일까?”
야구뿐만 아니라 팀 스포츠의 경향이 그런 것 같다. 성적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현장 리더인 감독이 지는 것이다. 분위기 쇄신, 성적에 대한 책임을 감독에게 물어 중도에 물러나게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물론, 종목마다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차이가 있다. 감독의 역량에 따라 약팀이 강팀이 되는 그런 종목도 있다.
하지만 분명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물론, 감독도 경기에 대한 플랜, 즉 전략을 수립하는 것부터 적절하게 선수를 기용하는 것, 선수들 관리 등 여러 할 일이 많다. 그래도 경기는 선수가 하는데 감독 혼자 모든 걸 떠안고, 책임지게 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시선도 있다.
다시 강인권 감독 사례로 돌아가 보자. 모난 돌이 정에 맞는다고, 유별난 감독들은 그 유별난 이유로 인해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강 감독은 튀는 유형의 감독은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동욱 감독 퇴진 후 팀을 잘 수습했다는 평을 받았다.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난 시즌에는 팀을 가을야구로 이끈 실적이 있다.
임선남 NC 단장은 사령탑 교체 배경 중 하나로 단조로운 선수 기용을 짚었다. 같은 패턴으로 역전패 당하는 과정에 아쉬워했다. 부상 선수가 많은 부분은 어쩔 수 없고, 불운의 영역이라면서도.
여기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든다. “‘같은 패턴의 감독 경질’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NC는 창단 이후 계약 기간을 채운 감독이 없다. 초대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감독(현 한화 감독)이 2018시즌 초반 ‘현장 리더십 교체’라는 매우 창의적인 표현으로 잘려나갔고, 2020시즌 통합우승을 이끈 이동욱 감독도 2022시즌 도중 물러났다.
‘NC 감독은 파리 목숨’이 구단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는 모양새이다. NC 구단도 이를 잘 아는 듯 “감독 교체가 습관화되는 조직 문화를 지양하고자 했고, 리더십의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현장을 꾸준히 믿고 지원했으나 분위기 쇄신을 통해 2025시즌 준비에 중점을 둘 시기라고 판단해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라는 아리송한 해명을 내놨다.
흔히 프로 스포츠에서 프런트와 현장이라는 역할 분담 구조에서 프런트는 현장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현장을 평가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평가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필요하다. 같은 패턴으로 감독을 자르는 점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