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오징어게임이 세계 최초로 ‘시리즈 영화상’을 시상했다.
10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집행위원장 신철)는 세계 최초로 제정한 ‘시리즈 영화상’에서 오징어게임이 시상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열린 개막식에서 신철 집행위원장은 “문화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으로 다양한 형태의 비주얼 스토리텔링이 탄생하고 있다”면서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시대에는 ‘오징어 게임’처럼 OTT에서 스트리밍되는 시리즈는 물론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들도 영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시리즈 영화상’ 제정·시상 이유를 밝혔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2시간 남짓 상영하는 영상물을 영화라고 정의해온 것은 산업의 관점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편의 하나였다”면서 “이제 시대변화에 발맞춰 한국영화 K콘텐츠가 세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7·8편이 나온 ‘해리 포터’나 ‘스타워즈’는 영화인데 ‘오징어 게임’은 왜 영화가 아니냐”고 반문한 뒤 “BIFAN의 ‘시리즈 영화상’ 제정은 영화상을 신설했다는 의미를 넘어서 영화의 새로운 정의에 대한 대한민국 부천의 특별한 제언”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영화계를 대상으로 영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덧붙였다.
BIFAN은 실제로 올해 영화제를 팬데믹 이전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진화와 확장의 원년으로 삼았다. ‘시리즈 영화상’을 제정·시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리즈물을 상영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코리안 판타스틱: 시리즈 킬러’ 부문이다. 영화·드라마·시리즈 등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정의를 새로 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른 질문을 반영했다. 상영작은 4개의 시리즈, 총 20편이다. 시리즈 제목은 ‘테이스츠 오브 호러’ ‘전체 관람가+:숏버스터’ ‘괴이’ ‘씬: 괴이한 이야기’이다.
|
‘이상해도 괜찮아’. 제26회 BIFAN의 슬로건이다. 주류에서 벗어난 장르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방한다. 신철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상해도 괜찮아’를 슬로건으로 정했다”면서 “당분간 이 슬로건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철 위원장은 “BIFAN이 제정하고 시상한 ‘오징어 게임’은 10년 전에 거절당한 프로젝트”라며 “새로운 것은 이상하고, 이상하면 왕따를 당하는데 부천은 그 이상한 것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키워주는 영화제”라고 강조했다.
장르 영화인들은 작품을 내놓고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상해도 괜찮아’는 이들에 대한 격려와 지지를 담고 있다. ‘시리즈 영화상’ 제정·시상은 그것의 마중물이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재능있는 장르 영화인들을 발굴해 세계와 만나게 하는 등용문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겠다”면서 “이상해도 괜찮은 제각각의 시리즈 영화를 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자인 김지연 싸이런픽쳐스 대표는 “오늘부터 ‘오징어 게임’은 영화”라고 수상소감의 운을 뗐다. “한국의 어느 영화제가 ‘오징어 게임’이랑 가장 잘 어울릴는지 생각했을 때 처음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였다”면서 “역시나 되게 발 빠르게 저희를 찾아주시고 이렇게 뭔가 큰 인정을 해주시고 상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한편, 제26회 BIFAN은 7월 7일부터 17일까지 오프·온라인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 49개국 268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부천시청 잔디광장·어울마당·판타스틱 큐브·한국만화박물관·CGV소풍·메가박스 부천스타필드시티 등 13개관과 온라인 상영관 웨이브(wavve)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