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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레볼루션]③조정민 특별기고 "트로트도 K팝 될 수 있길"

김은구 기자I 2018.01.30 06:00:00
가수 조정민(사진=이데일리DB)
[가수 조정민] 사랑받는 트로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데일리가 1년 동안 ‘트로트 레볼루션-흥나는 전통가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있어 트로트 가수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기록으로만 봐도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트로트에 대해 아직 신인인 제가 감히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염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트로트를 사랑하고 염려하시는 분들께 제 소견과 다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 용기를 내어 이데일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일제 강점기부터 70,80년대 포크송과 발라드가 출현하기 전까지 트로트는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 지금은 다양한 댄스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민들께서 음악의 장르를 바꿔가며 사랑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로트는 절절한 가사와 단순한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트로트의 노랫말은 식민지배와 전쟁통을 거치며 상처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았고 쉬운 멜로디는 누구나가 흥얼거릴 수 있었으니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는 통기타를 내세운 포크음악과 발라드로 대변되는 대학문화가 주류를 이루었지요. 그 즈음 트로트는 일본 엔카의 아류라는 오명 속에 ‘뽕짝’이라고 폄훼되었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가요제’에서도 트로트는 심수봉 선생님의 ‘그때 그사람’이 유일할 정도로 젊은이들에게 외면 받은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고 세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당당히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K팝이라는 댄스음악이 국민음악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국가의 경제성장과 국민 의식의 변화에 따라 선택되어지는 음악의 장르도 변화되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특정 분야에 대한 편중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이 문제가 대중음악 산업을 이끄는 사람들의 잘못도, 특정 분야의 음악만을 선호하는 국민들의 탓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장르라는 것은 마치 LP, CD 혹은 MP3와 같은 형식일 뿐 중요한 것은 그 음악이 담고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노랫말이 좋고 멜로디가 세련되었다면 국민들이 외면할 리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노랫말이 좋다는 것은 지금의 대중음악을 소비하는 젊은이들의 정서를, 또 향수를 그리워하는 장년층의 마음을 담는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세련된 멜로디라는 것은 좁은 음폭에서 느리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가락이 아니라 변화무쌍하게 변주되는 선율일 것입니다.

한편 K팝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주류 댄스음악은 수많은 작곡가, 작사가, 연주자, 가수 그리고 제작사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해 왔습니다. 치열한 경쟁은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했고 듣는 이의 만족도를 높였고 결국 댄스음악시장의 저변을 넓혔습니다. 이는 곧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 냈고 더 많은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 모으는 선순환 구조를 이뤘습니다. 트로트라고 이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위기의 트로트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노래방과 회식자리에서 또 크고 작은 축제에서 누구나 쉽게 부르는 트로트이고 보면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그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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