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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중 대박? 기회는 20년 전에도...

정철우 기자I 2012.06.21 12:12:38
▲ 사진=두산 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야구장의 여성붐은 최근 몇년사이 처음 생긴 현상이 아니다. 1990년을 넘어서며 분위기가 조성됐고 1995년을 정점으로 야구장엔 여성팬들로 넘쳐났다.

당시 대학생이던 회사원 조승영(39)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요즘 서울에서 제일 물 좋은 곳은 강남역 나이트 클럽과 잠실 야구장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막 시작된 케이블 중계를 통해 멋진 여성들이 많이 노출된 것도 한 이유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당시 LG 트윈스의 대표 응원이었던 라이터 켜기를 위해 남자 친구들이 여자 친구의 라이터를 구해다주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한국 프로야구는 진작 여심을 확실하게 잡지 못했을까. 어쩜 그 속에는 현재 우리 구단들이 반드시 신경 써야 할 해법이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학원을 운영중인 김태근(38)씨는 "여자 친구와 야구장을 가는 건 좋은데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화장실부터 부족해 이닝 중간에 다녀오긴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 야구를 알려줄 수 있는 길도 부족했다. 여자 친구가 야구를 잘 모르면 이래저래 너무 힘들었다. 술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통제해 줄 인력도 당시엔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모 구단 직원은 또 다른 분석을 했다. "당시만해도 팬들의 연령과 성별 등에 대한 자료가 전무했다. 1990년대 중반 쯤 원년 어린이회원들의 주소로 선수들 편지를 보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다시 찾아보니 자료의 절반 이상이 훼손되거나 사라졌다. 어떤 층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 그저 이기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당시 내린 결론"이라고 털어놓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프로야구가 전부였던 80년대 초, 그리고 전성기를 맞은 1990년 중반, 야구계가 너무 안일했던 탓에 좋은 기회를 두번이나 놓쳤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또 얼마나 긴 암흑기에 들어가게 될지 모른다. 모두가 정신차려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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