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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2005년 여름 올드 트래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에 입성한 이후 박지성(27)은 유수의 라이벌들과 끊임없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왔다.
입단 초기 클럽 프랜차이즈 스타로 각광받던 ‘웨일스의 자존심’ 라이언 긱스(35)와 주전을 다툰 것이 대표적이다. 두 선수는 좌-우 윙 미드필더 역할을 나눠맡으며 나란히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던 때도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붙박이 날개자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의 측면 파트너로 낙점받기 위해 치열한 경합 구도를 형성했다.
전성기 시절 유럽 최고의 허리자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는 스타플레이어와 경쟁하는 박지성의 모습이 ‘한국축구의 성장 증거’로 여겨지며 국내 팬들 사이에서 주목받은 것 또한 이 무렵의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긱스의 노쇠화 기미가 또렷해지자 이번에는 젊은 새 얼굴이 등장해 경쟁 구도가 한층 뜨겁게 불타올랐다. 주인공은 포르투갈의 ‘신성’ 나니(22)로,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의 부름을 받고 ‘터치라인의 대안’으로 경쟁 구도에 가세했다.
이후 세 선수는 꾸준히 3파전을 지속했는데, 올 시즌 정규리그를 기준으로 봤을 때 박지성이 7차례 선발 출장해 한 발 앞선 가운데 긱스(5경기)와 나니(2경기)가 뒤를 따르는 모양새다. 참고로 긱스의 경우 체력을 감안해 중앙MF로 보직을 옮기는 등 근래 들어 경쟁에서 살짝 물러서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기도 하다. 선발로 나선 횟수가 많다는 점에서 세 선수 중 박지성이 ‘제1옵션’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순 있지만 호날두처럼 붙박이로 인정받으며 확실하게 포지션을 꿰차지 못한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선발경쟁을 벌여오던 박지성에게 또 하나의 껄끄러운 라이벌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팬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고 있다. 맨유의 측면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새 얼굴은 세르비아 출신의 젊은 날개자원 조란 토시치(21)다.
구단 측은 지난 달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토시치가 영국 노동청으로부터 워크퍼밋(노동허가서)을 발급받아 1월 이적시장 기간 중 팀에 합류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적료는 선수와 클럽 간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최소 800만파운드(18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토시치는 자국 명문 FK파르티잔에서 공격형MF 또는 윙어로 활약해 온 프로4년차 미드필더다. 체구(171cm)는 다소 작은 편이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 실력을 바탕으로 좌우 날개를 모두 맡아볼 수 있는데다 플레이메이킹 능력까지 겸비해 일찌감치 ‘제2의 긱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6월 세르비아의 유럽U-21선수권 준우승을 이끈 주역으로, 일찌감치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덕분에 월드컵 예선을 포함해 A매치도 12차례나 소화했다. 파르티잔에 몸담고 있던 최근 2시즌 동안 46경기에 나서 14골을 성공시키는 등 윙어로서는 드물게 골 결정력을 갖춘 점 또한 돋보인다. 공격력에 비해 수비가담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측면 돌파’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경우 팀 공격력 향상에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어찌 보면 박지성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이젠 됐다’ 싶으면 새로운 경쟁자들과 맞닥뜨리기를 반복하는 작금의 상황이 무척 아쉽게 여겨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유럽 최고 명문으로 각광받는 맨유에게 있어서 최상급 전력을 유지하고 업그레이드를 이뤄내는 작업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인 까닭이다.
같은 맥락에서 걸출한 멤버 없이 여러 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선발로 나서는 포지션에 대해 유망한 옵션을 추가해 안정감을 높이는 건 감독 입장에서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이는 냉정히 말해 맨유 입단 이후 박지성이 선보인 역량이 퍼거슨 감독의 기대치를 100%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근래 들어 박지성이 기회 있을 때마다 “확실한 골 찬스를 잡았을 때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강조해온 점은 지극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선수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잘 알면 개선 가능성 또한 한층 높아지는 까닭이다.
내년 1월이 되면 박지성-나니-긱스로 이어지는 측면 날개 경쟁구도에 ‘토시치’라는 옵션이 추가된다. 이 때문에라도 올해 남은 기간 박지성이 어떤 활약을 선보일 지의 여부가 더욱 중요해졌다. 좋은 인상을 남긴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한다면 주전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새로 영입한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더 많이 허용하게 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명문클럽에 발을 담근 이상 박지성에게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중요한 건 마지막에 웃는 것’이라는, 승부 세계의 평범한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라이벌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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