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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N기자석]KBO와 센테니얼의 불안한 동거

정철우 기자I 2008.02.19 10:52:14
▲ 신상우 KBO 총재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지난 12일 제 8구단 센테니얼과 옛 현대 선수들의 갈등이 봉합됐다. 센테니얼은 선수들의 100% 고용승계를 약속했고 선수들은 전지훈련에 참가, 2008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서 고개가 갸웃 거려지는 대목이 한가지 있었다. 현대 선수들은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은 모두 함께 가기로 했고 팀을 떠나게되는 코치 4명 중 최소 2명은 KBO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하일성 KBO 총장께서 약속하셨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다. 김시진 전 감독은 이미 올해부터 KBO 경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기로 내정돼 있다. 현대 유니폼을 벗게되는 지도자 중 절반 이상이 KBO에서 일하게 된 셈이다.

김시진 감독을 비롯, KBO에서 새로 일하게 될 현대 코칭스태프의 능력을 문제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또 경기 운영위원을 포함해 KBO내에 설치된 기구에 야구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인사의 절차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비단 코칭스태프의 물갈이는 센테니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나머지 구단 코칭 스태프는 모두 고용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센테니얼의 경우 시기적으로 문제가 되긴 했지만 KBO가 이를 떠안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KBO가 구단에서 정리된 코칭스태프를 떠안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초유의 일이다.

"8개구단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변명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인사가 사안에 따라 그 원칙이 흔들린다면 조직의 뿌리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원칙이 있었는지도 의문스런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KBO가 일부 고위층의 정실 인사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던 차다. 아무리 능력이 있는 인사라 할지라도 조직에 발을 들여놓을 땐 일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KBO는 센테니얼과 선수들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또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는 방법으로 인사권을 동원했다. 그 어떤 절차도 필요 없었다. 고위층 인사의 약속 하나면 끝이었다.

위기를 넘기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KBO가 센테니얼의 인사에 개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최근의 행태는 센테니얼의 불안한 행보 못지않게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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