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겠지만 힘들었다. 가슴을 졸이고 답답도 했겠으나 아시안컵 4강도 이렇게 어려운 게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아직까지는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경기 내용이나 앞날에 대한 희망도 분명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은 한국 축구가 여전히 과도기에 있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 김남일 등 베테랑들의 공백을 신예들로 메우고 있다. 힘든 상황이다.
득점력 부족, 답답한 경기 운영 등의 문제도 여기서 비롯된다. 베어벡 감독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수비에 더 중점을 두도록 하면서 우선은 실점을 하지 않는,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 베어벡 감독이 고민 끝에 마련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탓에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이 강한 미드필더가 중용되면서 공격 루트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경기 자체가 매끄러울 수가 없었다. 이천수의 부담이 가중되고 스트라이커들의 득점력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바에야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쉽게 이기지 못하는 경기를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스트라이커가 혼자서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지만 이동국, 조재진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날개,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득점력이 살아나는 선수들이다.
박지성 설기현 등의 존재가 절실한 것도 이 대목이다. 이들이 이동국 조재진, 또는 이천수와 조화를 이뤘다면 공격이 이번처럼 무디지는 않았을 것이다. 패스, 적절한 움직임, 적극성 등 모든 면에서 염기훈 등 신예들은 큰 무대에서 뛰고 있는 이들의 역할을 대체하기 힘들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세련된 축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런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현재의 자원으로 팀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남은 경기를 잘 치르기 위해선 공수를 유기적으로 잘 연결하는 게 필요하다. 미드필드 라인을 이란과의 8강전에서 잠시 시도한 것처럼 김두현을 정점으로 김정우 김상식으로 짜는 방법 등이 있다. 김두현이 이번 대회에서 많이 위축된 듯 해 우려스럽지만 그의 재능을 잘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강한 수비력과 투쟁력을 갖춘 김정우의 활용도도 높일 수 있다.
또 이동국과 조재진은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은 여전히 부상 여파에 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고 조재진의 몸 상태도 좋지 않은 듯 했다. 이런 이들에게 파괴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차라리 이들보다 컨디션이 좋다면 우성용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4강전을 앞둔 지금, 개인기술 등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감독의 적절한 용병술과 선수들의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47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대회를 마친 뒤 2002년 월드컵 4강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팬들의 높은 기대를 맞추기 위해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대전 시티즌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