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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PD가 조정석(이익준 역), 전미도(채송화 역)의 러브라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신 PD는 최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익준이랑 송화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저희가 가장 잘 해왔던 색깔이긴 했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여러 상황들의 엇갈림, 그 가운데서 애타는 마음과 결국엔 절절하게 이루어지는 스토리 축은 워낙 ‘응답’ 때부터 많이 보여줬던 색깔이긴 한데, 그 때보다는 더 연한 색깔로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친구들간의 케미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시즌1과 시즌2 전체의 축이 되어줘야 했던 러브라인이라서 그 적당한 밀도를 지켜가야 하는 점을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11화 마지막씬의 롱테이크에 대해서도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 있었던 롱테이크로 갔던 이유도 20년의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씬이 후루룩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면서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순간 분명 넘기 힘든 감정들이 있다. 그 부분들이 납득되도록 연출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거의 2분이 가까운 롱테이크가 그 간극을 좀 채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둘이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과정에 이렇게 긴 호흡이 있어야 보시는 분들도 그 숨막힐 듯한 공기와 분위기를 함께 느끼며 ‘맞아 맞아, 저럴 것 같아’라고 설득이 될 것 같았다. 느릿했던 그 씬이 어떻게 보면 익준 송화 커플의 가장 큰 특징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씬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정원(유연석 분), 장겨울(신현빈 분)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도 “정원, 겨울 같은 경우, 정원이의 절절했던 마음과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 사이의 내적 갈등, 겨울이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런 감정들이 결국 시즌1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다”면서 “시즌2에서는 그 커플이 얼마나 더 단단해져 가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둘이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그리고 그 좋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일 때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를 겨울정원 커플을 통해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12화에서 겨울이가 고민하는 정원이의 등을 토닥여주는 장면이 그래서 가장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맨스가 완성되는 과정만으로 봤을 때 시즌1의 가장 큰 축이 겨울정원이었다면 시즌2의 큰 축은 석형(김대명 분), 민하(안은진 분)였다. 어찌보면 사실은 시즌1부터 차근히 쌓여져 온 러브라인이다. 석형이 가진 여러 개인사에 대한 고민이 본인 스스로 해결되어야만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러브라인의 가장 큰 얼개였다. 시즌1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쌓이고 시즌2에서는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얼개만 보면 무거운 느낌일 수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둘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길 바랐다”면서 “어쩌면 큰 틀은 묵직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가장 ‘요즘 멜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커플이다. 사실 두 배우 모두 멜로 연기는 처음이기도 하고 여타 다른 멜로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들이 많다보니 보시는 분들이 얼마나 좋아해 줄까 하는 고민도 있었는데 너무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돼서 저도 그렇고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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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그리고 의사들이 생활하는 병원의 이야기를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처럼 여러 러브라인으로도 사랑을 받았다. 신 PD는 “물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다 보이겠지만 워낙 로맨스만의 드라마가 아니다보니 러브라인의 흐름이 빠르거나 밀도가 촘촘할 수가 없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다른 장면들에 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조금 더 차근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살짝 느릿하게 호흡을 더 가져가려 했던 정도 였던 것 같다”면서 “실제 그 호흡, 그 분위기, 그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려 했던 장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제 드라마인 만큼 시청자들에게도, 제작진과 출연자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드라마다. 신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신기한 경험이었다며 “첫 촬영날도 그랬고, 다섯 명이 모두 모인 씬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고,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서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되다 보니까 그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이며 스태프들도 현장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스탭들, 배우들간의 내적 친밀감도 2년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두텁게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