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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삼성 최형우와 한화 최진행은 '올시즌이 기대되는 선수 명단'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시너지 효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이승엽(삼성)과 김태균(한화)이 가세, 그들의 앞 타순에 배치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기대 효과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16일 현재 최형우는 타율 2할1푼4리, 최진행은 1할에 불과하다. 최진행은 최근 2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이승엽은 15일 경기서 첫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등 3할4푼3리의 타율로 활약중이다. 김태균은 홈런은 없지만 4할6푼2리라는 고타율을 기록중이다.
최형우와 최진행은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 타선을 이끌었던 선수들이다. 여기에 좋은 동료들까지 가세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동반 상승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상대의 견제가 분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몇 경기 치르지는 않았지만 시즌 초반의 부진이 좀 더 눈에 띄는 이유다.
이들의 부진 원인은 지난 2003년의 마해영(삼성)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마해영은 2002시즌 3할2푼3리의 타율과 33개의 홈런, 116개의 타점을 올리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해 삼성을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시리즈 MVP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2003시즌, 그의 타율은 2할9푼1리로 떨어진다. 홈런과 타점은 더 늘어났지만 상대적인 만족감은 크게 떨어졌다. 마해영은 그 이유에 대해 "2002년 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이승엽을 너무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3년의 이승엽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56개의 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의 관심을 모았다.
마해영은 "처음에는 승엽이를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이후엔 내가 작아져 있음을 느끼게 됐다. 결국 내가 먼저 무너지며 아쉬운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타자가, 그것도 자신의 앞에 배치돼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겨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앞 타자가 찬스를 모두 해결하면 허탈감이, 반대로 자신에게 넘어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승엽-최형우는 모두 좌타자이며 김태균-최진행은 우타자다. 각 팀은 이들 조합을 막기 위해 투수 스페셜리스트를 잇달아 기용하고 있다.
특정 유형에 약한 선수들은 아니지만 매 경기 반복되는 패턴은 심리적으로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더하다.
김정준 SBSESPN 해설위원은 "최형우는 캠프나 시범경기 때 페이스가 너무 빨리 올라왔었고 최진행은 허리 부상 탓에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분명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마해영이 찾은 해법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승엽을 인정하고 난 뒤 내 성적도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는 "매 타석 뭔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었다. 홈런을 더 쳐봐야겠다고 욕심도 내봤다. 하지만 결국 내가 갈 길은 따로 있었다. 그 길을 빨리 찾을 수록 자신과 팀에 모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덧붙이기 : 1961년 뉴욕 양키스 3번 타자는 로저 메리스였고 4번은 미키 맨틀이 맡았다. 구단주를 비롯한 팬들은 (훨씬 인기가 많았던) 미키 맨틀을 3번에 기용하라고 랄프 후크 감독을 압박했다.
그러나 후크 감독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난 팀이 이기기 위해 가장 좋은 타순을 짤 뿐, 개인 기록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해 뉴욕 양키스는 신시네티 레즈를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로저 매리스는 61개의 홈런으로 베이브 루스를 넘어선 첫 번째 선수가 됐으며, 미키 맨틀은 득점과 볼넷에서 리그 1위를 차지하며 팀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홈런도 무려 54개나 때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