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한국의 월드스타③]"청룽을 벤치마킹하라"

김용운 기자I 2009.06.04 09:32:09

청룽, 한국의 대중문화 전문가가 꼽은 '아시아 최고 월드스타'

▲ 청룽(사진=잭키찬그룹코리아 제공)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청룽(성룡)만큼 독보적인 아시아 스타가 또 있을까요?"

4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7급 공무원'의 신태라 감독은 아시아의 월드스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청룽의 이름을 꺼냈다.

신태라 감독은 "청룽은 무협과 코미디를 통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브랜드를 형성했다"며 "아시아 배우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가 몇이나 되나?"고 되물었다.

손석우 BH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정훈탁 iHQ 사장 또한 아시아권 배우 가운데 월드스타라는 호칭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로 청룽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그룹 회장도 “청룽은 액션이라는 본인만의 색깔로 아시아 시장을 넘어 할리우드에서도 액션스타로서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며 “청룽을 필두로 장쯔이 등 중화권 톱스타들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상당한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보한 상태로 북미권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동양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월드스타' 배출을 고민하고 있는 한국에서 연예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꼽은 '아시아의 월드스타'는 단연 청룽이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배우가 연기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히트작이 없으면 스타로 이름을 떨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현재 전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아시아 배우로는 청룽, 리렌제(이연걸) 저우룬파(주윤발)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이중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친 이는 바로 청룽이다"고 평했다.

사실 국내 연예계 전문가들만 청룽을 월드스타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미국의 포브스 닷컴이 발표한 ‘할리우드에서 은행이 대출을 해줄만한 신뢰도 높은 배우 순위’에서 할리우드에서 활동중인 1400여명의 배우 중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청룽만이 50위권 안인 35위에 랭크됐다.

이는 42위를 차지한 ‘엑스맨’ 시리즈의 휴 잭맨과 46위를 차지한 ‘007’ 시리즈의 새 주인공 다니엘 크레이그 보다 높은 순위였다. 이 밖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턱시도’의 제작을 위해 청룽을 직접 찾아간 일화는 할리우드 내 청룽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드림웍스의 ‘쿵푸팬더’에서 청룽은 안젤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만, 잭 블랙 등 할리우드 톱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목소리 더빙에 참여했다.

1954년생인 청룽은 지금까지 약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해왔다. 1970년대 홍콩무협 영화에서 스턴트맨과 엑스트라로 출발한 청룽은 1979년 '취권'의 성공으로 이소룡 사후 침체에 빠졌던 홍콩 영화계의 구세주로 떠오른다.

청룽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 '프로젝트A'와 '폴리스 스토리', '미라클', '용형호제' 시리즈 등으로 홍콩 느와르와 함께 홍콩영화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청룽은 이들 작품에서 악역과 대역 그리고 섹스신을 배제한,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 연기를 펼치며 세대를 초월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청룽이 할리우드와 연을 맺은 건 1980년 '배틀 크리크'를 통해서다. 당시 청룽은 홍콩의 골든하베스트와 미국 워너브러더스 간 합작영화 4편(배틀 크리크, 캐논볼1편 2편, 프로텍터)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중 최고 히트 영화는 '캐논볼' 시리즈였다. 하지만 '캐논볼'에서 성룡의 역할은 서양인들이 가진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고스란히 투영된 조연 캐릭터였다. 이에 실망한 성룡은 이후 한동안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

청룽이 아시아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한 뒤 할리우드의 문을 다시금 두드린 건 워너브러더스 계열의 뉴라인시네마가 제작한 1998년 '러시아워'를 통해서였다. '러시아워’는 북미에서만 1억4100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대성공을 거뒀다. 청룽은 이 영화로 자신의 스타파워가 비단 아시아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이후 청룽은 '턱시도', '80일간의 세계일주', ‘러시아워’ 2편과 3편, '포비든 킹덤' 등에 출연하며 출연료 15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할리우드 톱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러시아워2'는 2001년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억2600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거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할리우드 흥행작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청룽의 세계화를 다 설명하긴 어렵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쿵푸와 무협을 통해 대륙적인 이미지를 구축했고 친근함과 자신만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전세계 팬들을 감동시킨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청룽과 함께 2005년 영화 ‘신화:진시황의 비밀’에 출연하며 각별한 친분을 쌓은 김희선은 “청룽은 국적이 세계인 사람이다”고 말한 바 있다. 어느 나라에 가나 그 나라에 어울리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청룽이 월드스타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단순히 배우로서의 능력 하나만으론 설명이 곤란하다. 청룽과 동시대에 활동하며 주목을 받았던 홍진바오(홍금보)와 위안뱌오(원표)는 청룽 못지않은 홍콩의 ‘넘버원 무비스타’였지만 ‘월드스타’로 한단계 더 도약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또 청룽의 뒤를 이어 등장한 차세대 액션스타 리렌제 또한 ‘리셀웨폰4’를 비롯해 몇 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지만 월드스타에 이르지는 못했다.

즉, 배우로서의 능력 외에 또 다른 무엇이 청룽을 월드스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기부와 자선활동을 통한 선행의 실천이다.

청룽은 돈을 벌고 유명해지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던 젊은 시절, ‘어린 환아들이 당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홍콩 한 병원 측의 간곡한 부탁에 못이겨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 본 아이들의 얼굴이 신기하게도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고 청룽은 이를 계기로 자선과 기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이후 청룽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했고, 자선봉사와 기부활동을 쉼없이 이었다. 그의 선행은 비단 중국에서만 이어진 게 아니었다. 청룽은 세계 각국으로 선행의 범위를 넓혀갔고 세계 각처의 가난한 어린이들과 인생을 함께 했다. 재난 사고 현장에 구호물품을 보내는 일 또한 그의 또 다른 업이었다.  
 
▲ 청룽(사진=잭키찬그룹코리아 제공)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올림픽 이미지 광고에 청룽이 주역으로 참여한 것은 그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전세계적인 위상을 반증하는 증거다.
 
청룽은 또한 지난해 연말 4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본인의 전 재산을 죽기 전 사회에 모두 환원하겠다고 발표해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점을 보이기도 했다.

청룽은 당시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무 것도 없이 태어난 것처럼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가겠다(生不帶來 死不帶去)"는 기부소감을 밝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이런 가운데 월드스타 청룽의 이미지는 직접적인 자선활동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청룽은 지난 5월 하순 한국을 찾아 1박2일간 경남 통영에 머물며 한국의 어린이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청룽은 당시 결손·조손가정어린이 100여명과 운동회를 비롯해 공연관람, 불꽃놀이, 환경보호를 위한 청소 등의 행사를 함께 하며 아이들과 해맑게 어울렸다.

청룽의 이번 자선활동은 지난 2005년 1월 통영에서 소외계층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후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련됐다. 청룽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와 같은 자선활동 소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청룽의 한국 대행사인 잭키찬코리아그룹의 김철 이사는 청룽이 월드스타로 거듭나게 된 첫 번째 이유로 청룽 본인의 ‘꾸준한 노력’을 꼽았다. 청룽은 한평생 배우로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기 위해 쉼없이 달렸고, 배우 이전에 인간으로서 옳은 가치관을 갖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아왔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청룽은 노력형 인간이다”며 “일을 위한 일을 하는 법이 없다. 매순간 그 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며 자신이 참여하는 모든 일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하려는 일을 위해 항상 열정적으로 노력해 결국 그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룽 특유의 겸손함과 소탈한 인간미, 타인에 대한 배려심 등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사람들이 청룽을 단순한 유명인으로 보지 않고, 존경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고 월드스타를 꿈꾸는 이들에 조언의 말을 덧붙였다.

김 이사는 “청룽이 팬들의 사랑으로 얻은 금전과 명예를 다시 사회에 환원해, 스타를 뛰어 넘어 한 인간으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다하는, 존경받은 스타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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