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성근 감독의 목소리는 작게 떨리고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졌는지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까지 잠시 시간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자신에게 배달 된 편지를 읽고 있었다. 지난 2월 일본 고지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한 중년의 여교사에게서 온 것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사카에다 야스코씨는 지역 초등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여성이다.
|
그러나 김 감독을 한 식당에서 처음 만났을 당시 그는 암투병 중이었다. 다니던 학교도 그만둔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 감독에게 인사를 건넨 것은 그의 아들 때문이었다. SK 훈련장에 놀러간 아들에게 선수들이 공을 주며 친절하게 대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김 감독은 한참동안 삶과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모두에게 비밀로 했던 자신의 신장암 극복 사실까지 털어놓으며 격려했다.
그에게 학교로 돌아가라고 했다. "힘들 때일수록 더 당당하게 학교로 나가세요. 그곳에서 희망을 찾으세요. 저는 살면서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때 야구장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일어나려고 했고, 결국 답을 그곳에서 찾았습니다."
두달 뒤인 4월 어느날, 김 감독은 사카에다씨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다. 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김 감독은 다시 고지를 찾았다. 아시아시리즈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도쿄에서 건너간 탓에 사카에다씨의 연락처는 미처 챙기지 못한 채.
그리고 며칠 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숙소에 그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다. 사카에다씨는 학교에 복직했으며 아직 완치가 되지는 않았지만 암과도 훌륭하게 잘 싸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새로 생명을 얻은 만큼 더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각오도 함께였다.
김 감독은 지난 2월 고지를 떠나며 사카에다씨에게 편지 한통을 남겼다. 그 속엔 "인생은 생각한대로 흘러간다"고 쓰여 있었다. 희망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말이었다.
김 감독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정말 해낼 수 있는 걸 또 한번 느꼈다. '암'이 주는 절망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그런 처절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요 며칠 사이 인생을 다시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의 한국은 '희망마저 잃어버린 사회'가 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그림자가 우리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끝이난 것은 아니다. 한계는 우리가 정해놓지 않으면 좀처럼 그 끝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 했다.
김성근 감독과 사카에다씨는 우리에게 '삶은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흘러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렵고 힘겹지만 내가 마음만 옹골지게 다잡으면 절망의 늪에 빠진 운명마저 바꿀 수 있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든든하지 않은가.
▶ 관련기사 ◀
☞두산 이대수 29일, LG 이재영 12월 6일 백년가약
☞LG 투수코치에 다카하시 인스트럭터 임명
☞임창용 '이혜천 적응 도우미 자청'..."한국 음식 배불리 먹자"
☞호시노 전 감독 "베이징 올림픽 실패는 정신력 부족"
☞이혜천 야쿠르트 입단 확정..."선발로 7이닝 이상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