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경기 끝나고 엄청 울었죠.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너무 허무하게 끝났어요. 후회가 많았죠."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에 출전하는 황경선은 4년 전 아테네 얘기를 꺼내자 "그 때 기억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4년 전 그리스 아테네에서 그는 태권도 사상 첫 고교대표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첫 판에서 중국의 루오웨이에게 8대10으로 분패했다. 이후 나머지 경기를 모두 이겼지만 목에 건 메달 빛깔은 동(銅)색이었다.
"정작 힘든 건 한국으로 돌아와서였어요. 금메달이 아니면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특히 태권도는 더 그랬죠. 모두들 금(金)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어린 나이에 그런 거 겪으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방황을 하다 2004년을 그냥 보냈다. 하지만 한국체대에 입학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문원재 교수의 지도 아래 기술과 체력뿐 아니라 심리적인 면까지도 강해졌다.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 세계선수권, 2005년 동아시아경기대회, 2006년 아시안게임, 2007년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6년 무릎인대가 끊어지고 연골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오히려 태권도에 대한 열정을 깨닫는 시기가 됐다.
"4년 전과 비교해서 제일 달라진 것은 경험이죠. 아테네 땐 앞뒤 안 가리고 의욕만 앞서 무조건 공격만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역습을 많이 당했죠."
4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황경선은 기술에 경험까지 갖춘 세계 최고로 성장했다. 그리고 태권도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2회 연속 출전하는 선수가 됐다.
"이번 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들과는 거의 다 겨뤄봐서 잘 알아요. 체격 좋은 유럽 선수들을 조심해야죠."
황경선은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말로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