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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호 칼럼니스트]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가 넘어선다고 하고 사회 다른 분야는 숨가쁘게 변하고 또 발전하고 있는데, 축구만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것 같다. 달라진 게 없다.
핌 베어벡 전 대표팀 감독의 자진 사퇴와 이어진 박성화 올림픽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들이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박성화 감독-홍명보 코치 체제를 굳히는 것으로 사태를 봉합했다.
하지만 이래서는 곤란하다. 올림픽 대표팀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박성화 감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내놓은 기술위원회의 설명까지 납득하기 힘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 베어벡 감독은 무슨 목적으로 영입한 것인지, 대표팀은 과연 무엇을 지향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감독 선임 절차에는 비상식이 난무했다. 감독을 선임하는 자리에 있는 인사를 감독으로 뽑고, 그것도 프로 감독에 부임한 지 갓 보름 정도 지난 인사를. 이 사람 밖에 없다는 논리로 밀어붙이는 행태는 동네 축구와 무엇이 다른가. 더욱이 베어벡 감독 사퇴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기술위원회가 모든 일을 다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였다.
과연 현재의 기술위원회는 감독 선임 등 한국 축구의 현안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나 한 것인지, 그들이 적임자를 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도 의문스럽다.
수락해서는 안 될 자리를 수락한 박성화 감독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도 생각되는 바가 있다. 신세를 졌기 때문에 그것을 갚아야 했던 것 같다. 그가 협회 언저리에 맴돌았던데서 비롯된 일이다.
상층부는 바뀌어도 언제나 협회를 벗어나지 않는 인사들이 있다. 당연히 그들은 상층부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인사를 해도 그들이 설정한 범주에서 좀처럼 헤어 나올 수가 없어 '그 밥에 그 나물'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딱히 올림픽 대표팀 감독 자리만이 아니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먼데 한 치도 변하지 않는 축구계의 구태의연함이다. 그동안 청소년, 올림픽 대표까지 모든 대회에서 이길 생각을 해서는 곤란하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다. 프로 리그 발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했다.
한국 축구도 이제 궁극적인 목표를 월드컵 우승으로 세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드래프트제도 개선, 프로 선수들의 병역 문제 해결, 유소년 축구 활성화, 인프라 확충,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행정력 강화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대표 감독 선임 사태를 보면 가슴만 턱 막힐 뿐이다. 언감생심이고, 요원하기만 하다는 참담한 심정이다. 팬들의 눈높이는 한없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 축구계 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우리도 사회 다른 분야와 같이 발전해 가자고 말하고 싶다. / 대전 시티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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