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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의 한 축을 맡은 나균안(26)이 중심에 서 있다. 2017시즌 롯데의 안방을 책임져주리라는 기대를 안고 포수로 입단해 투수로 전향한 사연이 많은 선수이다. 나균안은 지난 시즌 23경기에 등판해 6승 8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인상적 활약을 펼쳤다. 4월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태극마크를 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 특례 대상자가 됐다.
올 시즌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찰리 반즈와 에런 윌커슨, 박세웅에 이어 4선발 혹은 5선발 자원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괌과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에서 몸도 잘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막판 ‘외도’와 ‘가정 폭력’의 주인공이 돼 버렸다. 나균안의 아내 A씨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여름부터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가정 폭력까지 행사해 경찰이 출동했다”고 주장했다. 또 나균안이 지난해 10월 집을 나간 뒤 아이를 보러 오지도 않으면서 양육비도 주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이는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언론 보도를 통해 사태가 커졌다. 나균안은 구단을 통해 즉각 사실을 부인했다. 법률 대리인을 선임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제 법률적인 판단을 통해 진실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문제는 시즌을 준비 중인 롯데 선수단이다. 전력의 비중이 큰 선발 투수라는 보직을 맡고 있기에 롯데도 나균안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바로 전력에서 제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외도는 사생활의 영역이라 윤리적으로 비난은 할 수 있지만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다. 가정 폭력은 형사 처벌 대상이긴 한데 사실의 다툼이 있고 경찰에 정식 입건되거나 수사를 받는다는 소식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 개인의 경기력에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 나균안은 해당 스캔들이 불거진 뒤인 지난 2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연습경기에서 3이닝 5안타 1홈런 4실점으로 흔들렸다. 롯데로서도 선발의 한 축으로 생각했던 투수가 경기 외적인 사유로 흔들린다면 굳이 쓸 이유가 없다. 이인복, 한현희 등 선발로 준비 중인 투수들이 있어 대처는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확실성이 줄어드는 리스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경기력 측면뿐 아니라 구단 이미지, 구단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올 시즌 롯데는 구단주인 신동빈 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우승 청부사로 김태형 감독을 선임해 전권을 맡겼다. 형제 구단인 일본 롯데 마린스와 합동 훈련과 교류전을 진행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균안의 외도 스캔들로 인해서 선수단 분위기는 물론, 구단 이미지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라는 반응도 있다.
선수, 특히 핵심 선수의 스캔들은 구단 이미지나 브랜드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관련 연구들을 봐도 그렇다. <프로야구 선수의 비윤리적 행동으로 인한 선수 이미지가 구단 이미지 및 재관람 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김종환·김승찬, 2020; 한국체육과학회지, 제29권 제6호)에서는 ‘선수의 비윤리적 행동으로 인한 선수 이미지는 구단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팬(fan)의 재관람 의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밝혔다.
이미 롯데는 지난해 사이드암 투수 서준원(24)이 미성년자 성범죄 연루 사건으로 시즌을 어수선하게 시작한 기억이 있다. 서준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경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까지 받고도 이 사실을 수 개월간 감추고, 구단의 추궁에도 부인하다가 들통이 났고 결국 팀에서 내보냈다. 서준원도 4, 5선발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자원이었다. 구단 이미지도 타격을 받았다.
다만, ‘나균안 스캔들’은 지난해 서준원 사태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 나균안의 경우 외도에 대한 부분은 진실 공방 중이고, 사생활의 영역이다. 물론,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기소가 된다면 사법부의 판단이 나온 이후 비난을 해도 된다.
현재 나오고 있는 ‘롯데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라는 평가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 어느 정도 법률적인 판단을 통한 사실관계가 정리된 이후 평가해도 늦지 않다.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