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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저녁 방송된 JTBC 수목극 ‘서른, 아홉’ 최종회에서는 마흔 살의 봄날 끝내 췌장암으로 삶을 마감한 정찬영(전미도 분)과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이후 일상 및 이야기들이 그려졌다.
췌장암 4기를 선고받은 정찬영은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불행한 삶을 연장하는 대신, 친구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실천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신나는 시한부 생활을 택했다. 이날 최종회에선 서른 아홉 겨울부터 정찬영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가족 및 친구드리 마음의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겼다.
차미조(손예진 분)와 장주희(김지현 분)은 정찬영이 건넨 부고 명단을 ‘브런치 리스트’로 바꿔 미리 하는 파티 장례식장을 기획했다. 김진석(이무생 분)과 브런치를 먹고 양평을 가려던 정찬영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부고 리스트 속 사람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자 반가움과 고마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정찬영은 이 자리에서 사실상의 유언을 남기며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남들보다 반 밖에 살지 못하고 가겠지만 양보다 질, 저는 충분하다”며 “부모님 사랑도, 사랑하는 사람의 보살핌도 친구들의 사랑도 충분한 삶이었다. 여러분 덕분에 더할 나위 없는 나의 인생이 됐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드라마는 이른 봄날 세상을 떠난 정찬영과 정찬영이 당부한 약속들을 지켜나가며 그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의 일상을 담았다. 이어 자신이 그리울 친구들을 위해 몰래 선물과 영상편지를 남기고 떠난 정찬영의 진심이 뒤늦게 알려지고, 차미조와 장주희가 그의 납골당을 찾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 2월 16일 방송을 시작한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룬 현실 휴먼 로맨스 드라마로, 손예진과 전미도의 만남으로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극의 중심축을 이끈 손예진은 친구의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 입양아로서 생모에게 가진 자식의 한과 애증 등 섬세한 감정 연기로 몰입감을 견인했다.
앞서 히트작인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던 전미도는 극 중 시한부로 ‘서른, 아홉’ 서사의 시작을 알리고 마지막까지 닫는 열쇠 캐릭터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캐릭터의 문제인지, 연기로 시청자들을 완벽히 설득하지 못한 것인지 뚜껑을 열어본 후 마지막까지 역할의 전형성과 아쉬움을 지워내지 못했다는 아쉬운 반응들이 이어진다.
전미도가 맡은 ‘정찬영’ 역은 캐릭터와 극의 초반 설정에서부터 시청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을 낳았다. 정찬영은 차미조의 절친으로, 배우가 꿈이었지만 데뷔를 하지 못하고 연기 선생님이 된 인물이다. 차미도의 동네 오빠인 김진석과 한때 연인이었지만 진석이 유학을 가며 헤어지고, 김진석이 그 사이 하룻밤 일탈로 아이를 갖게 된 강선주(송민지 분)과 결혼하면서 애매한 관계를 이어왔다. 함께 영화를 보고 식사를 하며 데이트하는 두 사람의 모호한 관계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 여자보다 내가 먼저였어”, “그 사람 결혼하고 한 번도 안 잤어”라며 항변하는 정찬영의 대사는 ‘정서적 불륜’을 애틋한 로맨스로 포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찬영과 김진석의 로맨스는 정찬영이 췌장암 4기 판정을 받으면서 더욱 정당성을 가지며 미화됐다. 물론 김진석의 아들이 친자가 아니었다는 설정과 강선주의 모진 행동 등 두 사람의 로맨스에 설득력을 제공할 드라마적 장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노력만큼 정찬영 캐릭터가 그다지 큰 연민과 응원을 받지 못했고, 손예진, 이무생 등 다른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미도보단 그의 시한부 소식을 들은 뒤 애틋한 사랑을 이어온 이무생의 김진석 역 연기가 방송 후 더 화제를 모았다. 결혼 이후 전 여자친구와 애매한 관계를 지속해 왔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자의 슬픔, 애틋함, 후회스러움을 현실처럼 실감나게 표현해 캐릭터의 비호감을 불식시켰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전미도의 활약은 최종회까지도 아쉬웠다. 불륜과 시한부란 클리셰적 요소로 무장된 캐릭터의 한계도 있겠지만, 전작의 이미지를 벗어던질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잇따랐다.
췌장암 말기라는 설정이 무색한 외적 스타일도 지적받았다. ‘웰다잉’을 테마로 누구보다 신나는 시한부 생활을 보내려 한 정찬영의 노력을 고려한 것도 있겠지만, 췌장암 선고를 받기 전 정찬영의 모습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정찬영의 외적 모습에 거의 차이가 없어서 몰입도가 떨어졌다는 아쉬움을 남긴 댓글 반응도 눈에 띈다. 최종회에 정찬영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며 눈에 띄게 초췌해지는 모습이 담기긴 했으나, 순차적인 상태 변화 없이 황급히 추가한 장치처럼 보여 아쉬웠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