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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SBS에서 방영된 ‘학전소극장’ 편은 양희은, 윤도현, 권진원, 동물원, 여행스케치, 유리상자 등 1980~1990년대 대학로 라이브 무대를 장식한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이 총출동해 감동과 재미를 함께 선보였다.
1991년 3월 청춘의 거리 대학로에 김민기가 세운 학전 소극장은 다양한 뮤지션들이 공연하며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TV를 장악한 댄스 뮤직과 함께 1990년대 청춘 문화의 또 하나의 축이 됐다.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학전 소극장’ 편은 김광석의 희귀 영상을 비롯 당시의 미공개 자료들과 김민기를 비롯한 다양한 관계자 인터뷰로 그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성시경과 함께 공동MC를 맡은 윤도현은 자신의 데뷔곡인 ‘타잔’을 버스킹 스타일로 선보였다. 학전이 배출한 대표적 가수인 그는 1994년 ‘타잔’과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실린 1집을 발표했으며 당시 김광석의 학전 공연 오프닝을 꾸준히 서며 자신의 이름을 알려나갔다. 오랜만에 방송에서 선보이는 ‘타잔‘은 그가 YB를 결성하기 전, 학전에서 공연하던 시절의 초심을 느끼게 해준다.
학전소극장의 첫 콘서트 주인공이었던 여행스케치는 방송에서 ‘초등학교 동창회 가던 날’과 ‘옛 친구에게’를 선보였다. ‘아카이브K’ 제작사인 일일공일팔(11018)은 방송에서 부른 노래 뿐만 아니라 90년대 큰 인기를 누렸던 ‘별이 진다네’까지 발매, 방송에서는 다 느끼지 못했던 그들의 참된 실력을 보여줬다.
오랜만에 방송 무대에 선 동물원은 김광석이 몸담고 있던 시절의 작품인 ‘혜화동’과 ‘변해가네’를 메들리로 편곡해 선보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다시 주목받은 ‘혜화동’과 1집의 가장 참신한 노래로 꼽히던 ‘변해가네’가 이어지며 동물원이 왜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사랑 받을 수 있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해줬다.
김민기가 주도했던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인 권진원은 자신의 대표적 히트곡 ‘살다보면’을 선보였다. 이 노래가 특별한 이유는 1994년 발매당시 코러스를 맡았던 윤도현이 녹화 당일 즉석에서 원곡과 마찬가지로 코러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맞추는 호흡에도 한 점 흐트러짐없는 하모니에서 학전 소극장에서 다져진 그들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유리상자 또한 데뷔곡인 ‘순애보’를 변치 않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부른 ‘그 사이’는 학전 소극장 편 뿐 아니라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를 통틀어 가장 빛나는 순간의 하나였다. 1972년 발표한 양희은의 두번째 앨범에 담긴 이 노래는 크게 알려지지 않아 공연에서도 좀처럼 선보일 기회가 없던 곡이다. 양희은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송에서 부른다”며 이 노래를 지금의 목소리로 기록한다.
대학로 라이브 무대의 황금기 시절과 비교해서 조금도 녹슬지 않은 실력을 선보이는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학전 소극장’ 편은 이며 라이브 중심 가수들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제작사인 일일공일팔 측은 “그들의 진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귀한 기록”이라며 “한국 대중음악의 소중한 순간들을 계속해서 아카이빙해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