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 “아역시절 대표작 없어, 오히려 장점”(인터뷰)

김윤지 기자I 2019.05.18 08:00:20
문가영(사진=키이스트)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첫사랑은 꼭 얌전해야 하나요. ‘와이키키’니까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질문이든 곱씹어 생각한 후 명쾌하게 답했다. 애교 많고 명랑한 말투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사랑스러움과 건강함이 캐릭터와 꼭 닮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지난 14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극본 김기호 외·연출 이창민)의 문가영(23)이었다.

문가영이 연기한 한수연은 첫사랑의 아이콘이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홀로서기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이 과정은 ‘만취불곰녀’, 음치 에피소드 등 특유의 유쾌한 코미디로 표현됐다. 이번에 제대로 코미디를 경험한 문가영은 “보는 것과 달리 누군가를 웃기기 위해 많이 계산해야한다”며 “고민도 부담도 있었지만, 이창민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눠 완성해갔다”고 말했다.

상대역은 학창시절 첫사랑인 차우식 역의 김선호였다. 실제 10세 차이지만, 극중에선 또래 설정이었다. 그로인한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호흡이 잘 맞았어요. 코믹신이 많다보니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회의나 리허설도 많이 했죠. 코미디는 (이)이경 오빠를 따라갈 수 없었어요. 시즌1 경험자이기도 하고, 워낙 잘 해서 ‘와이키키’ 팀의 기둥이었어요.”

학습지 등 아역모델로 활동하던 문가영은 열 살이었던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궁S’(2007), ‘넌 내게 반했어’(2010), ‘후아유’(2013), ‘후아유’(2016) 등 다수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다. ‘성장통’ 없이 성인 연기자로 안착한 성공 사례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아역시절 강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없는 게 장점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다른 아역배우 출신처럼 ‘언제까지 교복을 입어야 하나’에 신경 썼던 시기가 있어요. 그때 우연히 만난 표민수 감독님이 해주신 말이 있어요. ‘연기의 질감’이 아역과 어른의 차이라고요. 딱 하고 와 닿았죠. 외양이나 스타일링이 아니라 연기의 본질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건 몰라도 연기로 지적 받는 건 스스로 용납이 안돼요.”

정체기도 있었다. 일찌감치 일을 시작한 문가영은 한 해도 쉰 적이 없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 갑자기 키가 10cm 이상 자라면서 원치 않게 일을 쉰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역치곤 키가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오디션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일상인 줄 알았던 촬영 현장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는 “앞으로 직업으로 배우를 삼고 싶다고 확신한 계기”라고 표현했다.

숱한 작품 중 ‘인생작’을 물으니 ‘빨강이’로 사랑 받은 SBS ‘질투의 화신’(2016)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KBS2 ‘왕가네 식구들’(2013)도 아니었다. MBC ‘위대한 유혹자’(2018)였다. 수치나 성적을 뛰어넘는 의미가 그에게 있었다. ‘아픈 손가락’과 같은 작품이었다.

“배역이 저에게 오기까지 과정이 험난했어요. 최수지란 역을 맡았는데 대본을 보면서 ‘정말 매력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었어요. 그전까지 교복을 입거나 누군가의 아역이었다면, 그동안 아껴왔던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역할이기도 했고요.”

문가영은 연예계 소문난 ‘책 덕후’다. 책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와이키키’ 촬영이 끝난 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서점 방문이었다. 대형 서점을 찾아 인문과 철학 코너를 기웃거리기가 그의 취미였다. 많게는 20~30만원씩 ‘지르는’ 큰 손이기도 했다. 전자책보단 출판물을, 온라인 쇼핑보단 서점 구입을 좋아하고, 행여 책이 망가질까봐 90도로 읽고 메모나 밑줄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책에 대한 애정은 집안 분위기”라면서 “그래서인지 대본 암기가 빠른 편”이라고 웃었다.

“배우 문가영, 또 인간 문가영으로 존경 받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가수는 노래로 기억되잖아요. 저도 많은 분들의 추억 사이사이에 있는 드라마와 영화로 각인되는 배우였으면 해요. 액션물도 해보고 싶고, 더 나이가 들면 드라마 ‘비밀’(2013)이나 ‘스카이캐슬’처럼 격정적인 감정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문가영(사진=키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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