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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빈(30)이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악녀’(감독 정병길)는 한국영화로는 이례적인 액션영화로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 원톱 액션 영화다. 액션의 강도는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1인점 시점의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해 기존에 보지 못한 외국영화에서도 없었던 장면들로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카페 웨스트 19번지(west 19th)에서 만난 김옥빈은 “실제로 한 것보다 더 멋있게 나온 것 같다”며 액션에 대한 만족감과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김옥빈은 극중 고도의 훈련을 받은 최정예 킬러 숙희로 분했다. 자신을 살인병기로 훈련시킨 조직에서 버림받고, 국가 조밀 조직 요원으로 새 인생을 살던 중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비밀에 맞닥뜨리면서 복수에 나서는 인물이다.
김옥빈이 합기도 3단, 태권도 2단 등을 보유한 실력자여서 영화의 90%에 이르는 액션신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영화에는 손을 놓고 오토바이를 타면서 양옆의 적과 다투는 장면, 달리는 자동차 후드 위에 앉아 뒤로 팔을 뻗어 핸들을 잡고 운전하는 장면, 달리는 버스의 차창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 등 아찔한 액션들이 담겼다. 액션의 정도가 얼마나 센지 후시 녹음을 하면서 쌍검 대신 잡은 볼펜을 여러 개 부러뜨렸다는 후문이다.
“액션이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어요. 촬영에 지장이 없도록 저도 그렇고 상대가 다치면 안 됐거든요. 타격을 가할 때 주먹에 힘을 싣지 않고 진짜로 때리는 것처럼 동작을 하는 게 어려웠어요. 고된 작업이었지만 뿌듯하더라고요.”
김옥빈은 ‘김옥빈이어서 가능했다’는 감독의 말에 감사해하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자신을 낮췄다.
“여자배우가 액션을 하면 부상의 위험이나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란 의심에 캐스팅을 망설이는데 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죠. 그래서 여자배우 액션영화에 대한 투자가 끊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더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악녀’는 ‘한국판 킬빌’로 언급되며 지난 달 열린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르닝에 초청돼 호평도 받았다. 김옥빈은 ‘박쥐’ 이후 8년 만에 칸을 찾았다. ‘박쥐’를 연출했던 박찬욱 감독도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초청, 함께 칸을 밟아 더 의미가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악녀’의 공식 스크리닝 현장을 찾아 “옥빈아”라고 큰소리로 응원을 해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 갔을 때 얼떨떨하고 신기했는데 이번에는 덤덤했어요. 나이 때문일까요. 어렸을 때처럼 미친 듯이 심장이 뛰는 게 없어졌어요. 이번에는 좀 여유를 가지고 영광된 순간을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
김옥빈은 “박찬욱 감독에게서 딸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얼굴을 봤다”며 “20대에 ‘박쥐’로 30대에는 ‘악녀’로 칸에 갔는데 다음 칸은 40대나 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가고 싶다”고 바랐다.
‘악녀’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원더우먼’과도 비교되고 있다. 갤 가돗이 주연한 여성 원톱 액션영화여서다. 제작비로 1억4900만 달러(1670억원)가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단순비교는 무리지만 액션만큼은 원더우먼 못지않다.
“그쪽(갤 가돗)은 히어로고 저는 악녀잖아요. 영웅과 악녀를 비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청불이라서 더 걱정이에요. 요즘은 200만 넘기도 어렵다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0만명만 넘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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